주70시간 이상 노동에 40대 택배기사 또 쓰러져

일부 택배사 분류인력 투입시기 1년 연기 요구

특고 단체 교섭 사회적대화 결국 합의문 없이 종결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행진에 택배사들이 올해 1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분류인력을 투입하기로 약속했지만 택배노동자들은 여전히 과로에 내몰리고 있다. 약속 이행이 미뤄지면서 현장은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외치는 시위자들. [연합]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외치는 시위자들. [연합]

2일 택배노동자 과로사방지대책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비대면 경제활성화로 배송량이 급증하면서 지난해부터 과로사나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노동자는 총 21명에 달한다. 과로사 방지를 위해 지난 1월 사회적합의기구에서 합의안이 도출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올해에만 5명이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서울 마포구 배송을 담당한 로젠택배 노동자 A(44)씨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A씨는 주 6일간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루 2~3시간의 분류작업을 포함해 주 70시간 정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왔다.

노사정과 소비자단체가 참여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는 지난 1월21일 택배사가 분류인력 투입에 따르는 비용을 책임지기로 합의하는 1차 합의문을 내놨다. 택배 거래구조개선작업 완료시점 전까지 CJ대한통운은 4000명, 한진·롯데택배는 각 1000명을 투입하고 로젠택배는 별도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약속은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경비절감을 위해 형식적으로 대리점 소장이나 사무 보조원들이 분류인력 명단에 올라가, 점검 나올 때만 조끼 입고 일하는 척 시늉만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일부 택배사는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택배 거래구조 개선작업 연구와 분류인력 투입비율·시점 등을 논의하고 있는데 분류인력 투입 시점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다음달 27일부터 시행될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에서도 분류작업이 택배노동자의 업무에서 빠졌지만, 일부 택배사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최대 1년까지 분류작업 인력 투입을 연기해 달라는 주장을 편 것으로 파악됐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2차 합의안 체결을 목표로 8일 회의를 연다.

한편 최근 택배기사 등 특고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추세에 따라 노조 설립이 잇따르고 있지만, 교섭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해 사측과 단체교섭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사정이 지난해 6월 말부터 대화를 진행해왔지만 최종합의가 무산됐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는 ‘특고종사자 계약 및 교섭 실태에 관한 논의’에 대한 별도 합의문을 마련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과로사에 직면해도 택배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발뺌한다”며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택배 노동자 과로사를 막겠다고 해 투쟁도 중단했지만, 6개월가량이 지난 지금 조합원이 있는 터미널에만 분류인력이 투입되거나, 충분한 인력이 투입되지 않는 문제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