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판매 창구 가보니

예금 수익보다 좋다며 적극 추천

해지위험·보장 설명은 뒷전 예사

은행 지점당 전담직원 1~2명 뿐

비이자수익 강화 “실적압박” 토로

27일 오후 2시 서울 소재 A은행 방카슈랑스 창구. 점심 시간이 지나고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 지점에서 방카슈랑스를 담당 직원은 한 명뿐이다.

직원은 예금보다 수익률이 괜찮으면서도 보험 특성을 살려 장기적으로 목돈을 만들려 한다는 투자 계획을 듣고 변액보험보다는 저축보험이 낫다는 설명을 했다. 투자상품으로 분류되는 변액보험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고객의 투자성향을 우선 파악해야 한다. 직원은 저축보험 하나를 추천하며 다음 달부터는 해당 상품을 가입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강조했다.

A은행 직원은 “지금 금리가 변하지 않은 확정금리 저축보험 상품이 있는데 한도가 얼마 안 남았다”며 “이번에 한도가 끝나면 다시 상품이 안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날 B은행 방카슈랑스 창구에서는 두 명의 직원이 고객을 응대 중이다. B은행 직원 역시 변액보험보다는 저축보험을 추천하며 투자성향 설문을 건너뛰고 상품 안내를 시작했다. 고객의 자금운용 계획을 간단히 파악한 직원은 투자자금을 나눠서 연금형과 저축형 두 가지 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두 상품은 수수료, 이율, 만기 환급금에서 사실상 차이가 없다. 보험금 수령 방식만 다르다.

두 상품의 차이를 묻자 B은행 직원은 “두 상품의 설계나 조건 등은 큰 차이는 없다”며 “장기적으로 투자해 연금도 받고 목돈도 마련하려면 나눠 가입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C은행 방카슈랑스 창구는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보험상품 추천을 요구하자 직원은 우선 투자성향을 분석하기 위한 설문지를 건냈다. 답을 달아 직원에게 돌려주니 변액보험 투자에 적합하지 않는 등급이 나왔다. 직원은 대신 저축보험 상품 한 가지를 추천하며 여유자금이 목돈이라면 일시납으로 가입하라고 권유했다. 일시납은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한 번에 큰 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면서 변액보험 가입을 위한 방법을 귀띔했다.

C은행 직원은 “투자성향 분석은 하루에 한 번 할 수 있다”며 “내일 다시 설문지를 작성해서 새로운 등급을 받으면 변액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1~3년이 보통인 은행 예금과 달리 저축성보험은 최소 5년 이상이다. 납입한 보험료 가운데 위험보장에 사용되는 보험료와 사업비 등도 고려해야 한다. 중도 해지시에서는 원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기존에 가입된 위험보장과 중복·과잉 여부 등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설계사 등 전문조직을 통한 대면판매 비율이 높은 이유다.

현장을 살펴본 결과 고객의 투자 계획을 면밀히 따지기보다 복수의 상품 가입을 추천하거나, 특정 상품을 ‘밀어내려’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고객의 투자성향을 고려하기 보다는 투자상품 판매 자체에 적극적이었다.

비이자수익을 강화하려는 은행들이 본사 차원에서 방카슈랑스 영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관련 직원들의 실적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4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총액은 1조4985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 8906억원 보다 68.3% 증가한 규모다. 지난 2019년 1분기와 비교하면 89.1%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펀드 부실 사태 등으로 펀드 시장이 위축되자 은행들이 비이자수익 강화의 대안으로 방카슈랑스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며 “지점별로 1~2명 있는 전담 직원들이 실적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승환·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