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황사 등 대기오염에 사람들은 예민하지만 실내 공기의 질에는 대체로 둔감한 게 사실이다. 집과 사무실, 음식점 등 하루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면서도 환기조차 하지 않는다. 미국 환경보호국에 따르면, 일부 물질을 제외한 대다수 공기 오염물질의 농도는 실내가 실외보다 10배 이상 높다. 단지 창문을 열어 환기만 해도 공기질은 달라진다.
병든 건물을 진단하는 저명한 과학수사관이자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조지프 앨런 교수는 존 매컴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함께 쓴 공저 ‘건강한 건물’(머스트리드북)에서, 우리가 온종일 머무는 건물이 어떻게 우리를 병들게 하는지, 또 건물의 잠재력을 활용, 건강을 지키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 들려준다. 건강한 건물은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가져다 주고 삶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앨런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가상사무실에서 환기와 휘발성 유기화합물, 이산화탄소 등의 실내 환경이 인지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가상 사무실에 6일간 출근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게 한 뒤, 퇴근 전 인지 검사를 했다.실험 결과, 환기율이 높고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이산화탄소가 낮을 때 인지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즉 환기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부동산 계에 널리 알려진 ‘3-30-300’이란 법칙을 들어, 이 효과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이 법칙은 전기·가스·수도료, 임차료, 인건비 등 세 요소에 대한 회사의 1제곱피트당 상대적 비용을 보여준다. 회사가 전기나 난방 등 유틸리티 비용으로 3달러를 지출할 때마다 임차료는 30달러, 인건비는 300달러를 지출한다는 법칙이다. 사람 같은 값비싼 자산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환기 장치나 난방비 등 시설관리 비용에 초점을 맞추는 건 매우 어리석은 일이란 얘기다. 구체적으로, 높은 환기율은 2~10퍼센트의 순이익 증가를 가져다 준다.
저자는 건강한 건물이 왜 지금 중요한지 세계의 대변화에 주목한다. 인구증가, 도시화, 자원소비, 기후변화, 건강과 일·가치의 변화, 에너지 절약형 밀폐건물의 부작용 등 세계 변화의 중심에 건물이 있다.
저자는 실내환경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실외 대기오염물질의 절반이 실내로 침투할 뿐 아니라 집안 내에서도 공기를 오염시키는 물질이 발생한다는 것. 일부 오염 물질은 실내농도가 실외보다 3~5배, 많게는 10배까지 높다. 이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밀폐시킨 데 원인이 있다. 또한 실내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은 세제, 옷, 먼지, 요리 등 무수히 많다.
저자는 건강한 건물을 위한 아홉가지 기본 토대로 무엇보다 환기를 든다. 환기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건물과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 공간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건물과 건강, 경영의 상관성을 과학적으로 밝힌 점이 눈길을 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건강한 건물/조지프 앨런·존 매컴버 지음,이현주 옮김/머스트리드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