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현대미술관 ‘시간여행사 타임워커’展
현지 활동 작가 다수 참여...8월29일까지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관람객이 처한 현실을 ‘셋팅’하는 것에서부터 전시가 시작한다. 때는 시간여행투어가 대유행하는 2031년, 시간여행상품이 집중적으로 개발된 을숙도가 그 배경이다. 시공간 거품 활용기술로 제한적 시간여행을 개발한 여행사 ‘타임워커’의 타임머신 TW-07의 탑승객이 된다는 설정이다.
이 난데없는 ‘설정 놀이’는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지난 4월 23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게임형 인터미디어 전시 ‘시간여행사 타임워커’의 도입부다. 방탈출게임을 활용한 현대미술전시로, 전시 참여자들은 을숙도를 시간여행하는 관광객이 되어 TW-07을 타고 이동하던 중, 거품의 틈새로 불시착 하게 되고 다양한 시간대의 거품의 틈새에서 원래 시간대로 돌아오기 위해 미션에 도전한다.
‘거품’에서는 80년대, 70년대, 90년대를 배경으로 을숙도의 역사를 풀어낸다. 작가들은 이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고, 방탈출을 위한 힌트를 제공한다. 관객들은 작가들이 숨겨놓은 실마리를 따라가며 다음 방으로 넘어갈 수 있다. 최근 MZ세대에 인기가 좋은 방탈출게임을 응용해, 관객들의 집중도를 최고로 끌어올린다. 벽에 붙은 을숙도를 소개하는 포스터와 환경 광고, 화장실 문에 씌인 텍스트도 암기할 지경이 된다. 또한 작가의 작품을 요모조모 뜯어보며 어려운 현대미술에 쉽게 다가가는 효과도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이 위치한 을숙도는 과거 부산의 분뇨처리장이었고 낙동강 하구둑과 을숙도대교 건설, 4대가 아성 등 국책 사업으로 환경단체와 대립이 끊이지 않았던 섬이기도 하다. 놀이형 전시의 최대 장점은 이같은 사실을 열거하지 않아도 전시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는 것이다. 단점은 놀이에 너무 몰입해 같은 팀 플레이어와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다는 점.
가장 빨리 탈출한 팀은 37분이 걸렸다고 한다. 1시간 안에 탈출하면 전시의 기반이 된 심너울의 원작 소설 ‘타임워커 Inc.(시간 방랑자)’를 증정받는다.
전시엔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김진휘, 문진욱 작가,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인 이완, 게임과 VR을 활용하는 황문정, 안성석 작가,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건축가인 정이삭, 몰입형 미디어아트를 연구하는 중앙대 FMA연구소, 일러스트레이터 김은서 등이 참여했다. 8월 29일까지. 이한빛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