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최, 99년작 디지털회화 7만 이더리움에 발행

아트바젤 홍콩에 출품…가격 설득에만 3주 걸려

“진정한 디지털 아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길”

7만 이더리움에 발행한 코디최의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Stolen Data, Tiger #00'(1999). [사진=오픈시 캡쳐]
7만 이더리움에 발행한 코디최의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Stolen Data, Tiger #00'(1999). [사진=오픈시 캡쳐]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해 오픈한 아트바젤 홍콩엔 특별한 작품이 출품됐다. PKM갤러리가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인 코디최의 최초 데이터베이스(DB) 페인팅 시리즈인 '애니멀 토템 시리즈(Animal Totem series)' 중 1점을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로 제작해 선보인 것. 대규모 아트페어에 NFT작품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작품의 가격 때문에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해당 작품은 7만 이더리움에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시(opensea.io)에 올라와 있다. 1이더리움 시세가 24일 현재 260만원 정도이니, 약 1820억원이다.

일각에서는 NFT미술에 대한 비판이라거나 풍자, 혹은 의도된 논란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코디최 작가는 오히려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는 NFT시장에서, 진정한 디지털 아트가 무엇인지 고민해 볼 계기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는 등 암호화폐 시장이 불안정 하지만, NFT는 여전히 미술계의 '핫 이슈'다. 지난 3월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국 작가 비플(Beeple·본명 마이크 윈켈만)의 JPEG파일 묶음 '매일: 처음의 5000일'이 6930만달러(약 780억원)에 낙찰되면서 'NFT 열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생존작가 경매가 3위의 기록이다. 크리스티와 양대 경매사로 꼽히는 소더비도 곧이어 작가 'PAK'의 작품을 경매에 부쳤고, 기존 미술계에서 슈퍼스타로 꼽히는 데미언 허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등도 NFT 작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PKM갤러리에서 이번에 선보인 '애니멀 토템 시리즈'는 코디최 작가가 1997년 시작해 1999년 완성한 작품이다. 당시 7살이던 아들이 동물원을 다녀와서 '호랑이가 가장 인상깊었다'며 호랑이를 그리겠다고 하고서 컴퓨터를 켜고 그 앞에 앉아 호랑이 이미지 파일과 정글 이미지 파일 등을 붙여 프린트 한 뒤, 방에 걸어 놓은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종이와 펜이 아닌 컴퓨터에서 이미지를 다운로드 해 중첩해서 제작했다. 이 아이가 성인이 되면 여러 데이터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창조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작가는 아이가 사용했던 교육 프로그램 안에 있던 이미지를 모두 다운받아 이를 증폭하고 겹쳐서 작품속 '호랑이'이미지를 만들었다. 당시 IT기술로는 3년이 걸렸다. 파일을 다 완성하고도 저장하는데만 이틀이 소요됐다. 데이터베이스 페인팅의 시작이다. 작가는 이러한 회화 제작 방식을 '뉴 픽토리얼리즘(New Pictorialism)'이라고 명했다.

"디지털 세상의 창조란 여러 데이터를 축적하고 레이어링해서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라는 작가는 "현재 NFT미술로 불리는 그림들은 과연 디지털 아트라고 불릴 수 있는 지 의문이다. 일러스트레이터나 캐드 같은 프로그램으로 그려내기만 할 뿐, 그 안에 미학적 가치나 미술사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또한 작품가격 책정에 대해서도 "오랜 논의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답했다. 작가는 "세일즈 보다 작품의 가치로만 따져보자 해서 나온 숫자다. 작품가를 책정할 때 비슷한 작품의 옥션 기록, 작품의 역사성, 미학, 작가의 경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데 이 작품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아트바젤 홍콩에서도 처음 작품가를 선뜻 인정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지난 30년간의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시리즈 도록과 세계적 평론가들의 글, 전시 기록 등을 제출했고, 3주 넘게 검토해 최종 승인이 났다.

"디지털 아트의 창조방식은 데이터를 근거로 중첩과 증식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AI가 이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작가는 "허허 하고 웃더라도, 진정한 디지털 아트는 어떠해야하는지, 또한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