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A(27) 씨는 지난해 한의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으로부터 염가에 ‘다이어트 한약’을 제조받았다. 판매자는 A 씨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등록한 후 별다른 건강 확인 절차없이 집주소를 물어본 후 “00은행 계좌번호로 15만원을 입금하면 된다”고 했다. 기존 한의원에서 제조할 때에 비해 절반 가량 저렴한 가격이었다. “먹으면 안되는 체질 같은 건 없느냐”고 묻는 A 씨에게 판매자는 “가격이 싼만큼 ‘마황’성분이 강해서 어지럼증이 심할 수 있는데 2~3일 그러다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한달 간 약을 복용한 A 씨는 실제로 4㎏ 감량 효과를 봤다. 하지만 A 씨는 두번 다시 다이어트 한약을 먹지않기로 했다. A 씨는 “한달 내내 빈혈에 시달렸다”며 “살이 빠진 이후 자주 위가 안좋아지는 등 건강이 악화됐다”고 했다.
최근 A 씨처럼 무허가 다이어트 의약품을 지인들과 공유하거나 처방을 받지 않고 무리하게 다이어트 시술을 받다 부작용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병ㆍ의원과 한의원 등이 ‘비만클리닉’이라는 이름으로 의약품을 마구잡이로 홍보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비만주사는 다이어트한약만큼 각광받는 다이어트 방식 중 하나다. 최근 상당수 의료기관은 ‘걸그룹주사’, ‘브리트니주사’ 등의 이름으로 “운동을 하거나 굶지 않고도 쉽게 살을 뺄 수 있다”며 경쟁적으로 비만주사를 추천한다. 비만주사는 지방흡입수술이나 위밴드수술 등에 비해 가격이 싸고 방식도 간단해 일반인의 접근성도 높다.
하지만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대개의 비만주사들은 식약처로부터 ‘간성혼수의 보조제’ 목적으로 허가받은 제품이다. 다이어트가 아닌 의료목적의 주사가 ‘살 빼는 주사’로 둔갑해 별다른 처방없이 시중에 널리 유통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최근 3년간 병ㆍ의원에서 간성혼수보조제인 리포핀주와 리피씨주를 각각 87만여개, 40만개를 구입했다”며 “일부 병원들이 ‘비만클리닉’을 운영하면서 간성혼수보조제를 지방분해주사로 소개하거나 무허가 의약품을 만들어 상표등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흡입술 역시 최근 TV 다이어트 프로그램 등을 통해 쉬운 수술로 인지되면서 최근 일부 병ㆍ의원에서 단기 체중감량을 위한 방식으로 적극 권장된다. 하지만 지방흡입술은 흡입 과정에서 소장에 천공이 생기거나 장기에 손상을 입는 등 의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에게 시술받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모 성형외과에서 복부지방 흡입술을 받던 50대 여성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종합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의료전문가들은 이같은 무리한 다이어트가 심하게는 사망에 이르는 중대한 질병이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지방분해 주사는 의약품인만큼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다이어트 한약에 포함된 마황은 일부국가에서는 사용이 금지됐을 정도로 논란이 있는 성분”이라며 “의약품을 사용할 때는 식약처의 허가 사항에 따라 용법과 용량을 지켜 투여할 것”을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