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입출금 계좌연결 과정

은행聯 공통평가 방안 마련

정성·정량·시스템평가 포괄

FIU의 신고거부권 행사근거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

은행들이 사실상 금융위원회를 대신해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격심사에 나선다. 은행권은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에 따라 9월 말까지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거래소와 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은행은 거래소 임직원의 사기·횡령 이력은 물론 전반적 평판, 외부 해킹 발생 이력까지 종합적으로 검증할 예정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이달 초 '가상자산 사업자(가상자산 거래소) 자금세탁방지(AML) 위험평가 방안'을 시중은행에 내려보냈고, 최근 이사회에서 실제 적용 방안 등을 논의했다. 당국이 필수적 평가요소, 절차 등 최소한의 지침을 주지 않자 은행연합회와 은행들이 공동평가 지침 마련에 나선 것이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개정 특금법과 시행령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에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고객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영업하도록 명시했다.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계좌 발급 신청을 받으, 해당 거래소의 위험도·안전성·사업모델 등을 따져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방안에 따르면 은행은 실명 계좌 발급을 결정하기 위해 우선 법 준수 여부와 관련된 '법적 요건' 10개 항목, 사업연속성에 관한 '기타 요건' 6개 항목을 포함한 '필수 요건'을 문서, 인터뷰, 실사 등을 통해 점검한다.

법적 요건 항목은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획득 여부 ▷금융 관련 법률 위반 이력 ▷예치금·고유재산 및 고객별 거래내역 구분·관리 여부 ▷다크코인(거래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가상화폐) 취급 여부 등이다. 기타 요건에는 ▷대표자 및 임직원 횡령·사기 연루 이력 ▷부도 회생, 영업정지 이력 ▷외부해킹 발생 이력 ▷신용등급 ▷당기순손실 지속 여부 등이 포함됐다.

이런 기본적 필수 요건을 우선 점검한 뒤, 다시 자금세탁에 악용될 여지가 있는 '고유 위험' 16개 항목, 내부 통제의 적정성과 관련된 '통제 위험' 87개 항목에 대한 정량 평가가 이어진다.

고유 위험 항목은 ▷국가위험(고위험 국적 고객 거래량) ▷상품·서비스 위험(가상자산 신용도) ▷고위험 고객 위험 ▷가상자산사업의 내재 위험(자기자본·유동성 비율) ▷가상자산사업자 평판위험(부정적 사건 발생 여부) 등을 말한다.

통제 위험은 ▷내부통제체계(내부규정·지침 설계·운영 적정성) ▷독립적 감사체계 ▷고객확인 충실도(비대면 고객 확인 및 검증 체계) ▷고객 위험평가 충실도 ▷요주의 필터링 충실도(국제기구 지정 제재대상자 통제 여부) 등의 항목으로 평가된다.

은행은 고유 위험과 통제 위험 각 항목의 점수를 종합해 위험등급을 고·중·저 3단계로 나눈 뒤 거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다만 이 '위험평가 방안'에 강제성은 없다. 때문에 앞으로 각 은행은 이 방안을 바탕으로 개별 은행의 기준을 적용해 거래소를 검증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은행권이 마련한 방안에 '대표자 및 임직원 횡령·사기 연루 이력'이 포함되면서 빗썸의 검증 통과 가능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빗썸 실소유주 이모(45)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이 전 의장은 2018년 10월 빗썸 매각 추진 과정에서 암호화폐인 BXA 코인을 상장한다며 상당한 양의 코인을 사전판매(프리 세일)했으나 실제로는 상장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의장은 개인·우호 지분까지 합쳐 실질적으로 빗썸 홀딩스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