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강화에 투자심리 위축

공매도 공격까지 설상가상

펀더멘털 회의론로 급확산

지난해 이후 뜨겁게 달아올랐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시장이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스팩을 통해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최고치 대비 평균 39%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 정보회사 리피니티브(Refinitiv)가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팩 상장주 기업을 추적 분석한 결과 41개 기업 중 3곳만 주가 최고치 대비 5% 이내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 가운데 18개 회사는 주가가 절반 이상 떨어졌고, 나머지는 80% 넘게 폭락했다.

스팩은 신생 유망 기업을 찾아내 합병 후 상장에 성공하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페이퍼컴퍼니다. 지난 12개월동안 스팩을 통한 상장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였다. 신규 상장으로 모집된 2300억달러 가운데 절반이 스팩으로 투자됐다.

전기차(EV) 개발업체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회사부터 주택 모기지업자까지 공식적인 경로의 기업공개(IPO) 대신 우회경로인 스팩을 선호하면서다.

하지만 감독당국이 스팩을 통한 상장 기업들의 공시사항과 소득예측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스팩 상장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기관투자자들은 신중모드로 돌아섰고, 스팩 투자 열기가 갑자기 식었다.

콜럼비아 엔터프라이즈대 시바람 라즈고팔(Shivaram Rajgopal) 교수는 “스팩 광풍에 실적이 좋지 않은 회사들까지 상장했다. 수익이 적거나 제품 개발 방식조차 나오지 않은 곳도 있었지만 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폭이 가장 컸다”면서 “스팩 상장주 주가가 떨어지고 상장 기간이 지체된다는 것은 개인투자자들과 시장참여자들의 열기가 식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지난 12월 스팩을 통해 상장된 전기차 스타트업 XL플리트(FLeet)의 주가는 상장 직후 70% 상승해 35달러로 최고치를 보였다가 몇 달 만에 80% 하락하며 7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트럭 부품 제조업체인 힐리온(Hyliion)은 토터스어퀴지션(Tortoise Acquisition)를 통해 합병된 후 주가가 5배 이상 올랐지만 현재 80% 넘게 떨어졌다.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했던 전기 트럭 개발 스타트업 니콜라, 배터리 개발회사 퀀텀스케이프 등은 공매도 공격 대상이다.

지난해 1월 이후 상장한 스팩 기업 가운데 8개의 하락폭이 가장 컸는데, 여기에는 대형 스팩기업으로 꼽히는 주택 모기지 업체인 유나이티드 홀세일 모기지와 헬스케어 그룹 멀티플랜이 들어있다. 이들은 각각 억만장자 투자자인 알렉 고레스와 전 씨티그룹 부사장 출신 마이클 클라인의 지원을 받는 스팩 합병을 통해 공개됐다.

리피니티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후 상장된 425개 스팩 합병 기업 중 3분의 2 이상이 10달러 미만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스팩에서 가치 있는 기업을 찾기가 어렵다는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희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