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메시지, 구매이력 등 모든 개인 정보
무차별 상업적 이용, 자본화 권력화 시대
주코프 교수, 감시 자본주의 명명, 실체 밝혀
선도자 구글, 검색데이터에서 새 용도 발견
행동 유도·제어…맞춤형 소비자로 만들어
프라이버시침해 저항 불가,냉소· 체념상태
획일성·인권 박탈 직시, “이제 그만” 외쳐야
상품 판매와 마케팅이 온라인 중심으로 이뤄지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정보는 각 개인의 디지털 흔적이다. 무엇을 검색하느냐가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여준다. 플랫폼들은 온라인에 남긴 개인들의 흔적, 데이터를 공짜로 추출해 상업적 이익을 얻을 뿐 만 아니라 권력을 쥔다.
쇼샤나 주코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명예교수는 역작 ‘감시 자본주의 시대’(문학사상)에서, 이를 감시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산업 자본주의가 노동을 동력으로 삼듯, 감시 자본주의의 권력가들은 우리의 디지털 흔적들을 모두 빨아들여 점점 더 힘을 키우고, 개인은 노예화되는 상태로 본 것이다. 데이터들은 수집, 분석, 범주화돼 상업적으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대상을 유도, 통제, 조종, 조건화한다.
자신이 남긴 데이터가 원재료가 돼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것만을 소비하는 맞춤 고객이 되고,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에서 분석당하는 데이터로, 타인의 이익을 위해 이용당하는 꼭두각시가 되는 양상이다.
이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감시 자본주의의 선구자는 단연 구글이다. 저자는 “한 기업을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 강력한 신생 자본주의 형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서”라며, 구글이 검색의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됐던 데이터를 어떻게 자본화·권력화하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나간다.
구글은 초기 검색 결과의 질을 개선하는 데에만 데이터를 사용해왔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하지 못하자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던 2002년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데이터를 ‘달리’ 이용하는 행동잉여의 발견, 감시 자본주의가 뿌리를 내리는 분수령이 된 사건이 발생한다.
4월 어느 날, 구글의 데이터 로그 분석팀은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캐럴 브래디의 결혼 전 이름’이라는 이상한 구절이 검색 쿼리 순위 최상단에 올라와 있었다. 왜 갑자기 70년대 시트콤 주인공이 관심을 받는 걸까.
데이터의 시계열적 패턴에는 매시 48분에 시작되는 다섯 번의 급상승 구간이 나타났다. 그 패턴은 인기있는 TV 퀴즈쇼 ‘누가 백만장자가 되기를 원하는가?’의 방영시간과 일치했다. 검색 빈도가 급상승한 구간은 프로그램의 지역별 방영시간대에 따른 것이었다. 시간대가 서로 다른 각 지역에서 퀴즈쇼 진행자가 캐럴 브래디의 결혼 전 이름을 질문한 시간에 구글 서버로 검색 쿼리가 밀려들어온 것.
사건이나 동향이 신문이나 방송 등 전통 매체의 레이더에 채 닿기도 전에 구글의 검색은 놀라운 예측력을 보여준 것이다. 이 데이터의 발견은 엄청난 금맥을 발견한 것과 같았다. 고객의 행동데이터에 기반해 실제로 클릭할 가능성을 담보로 높은 광고료를 받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시점부터 계속해서 성장하는 기계지능과 끊임없이 방대해지는 행동잉여의 공급량, 이 두 가지의 조합이 전례 없는 축적 논리의 토대가 된다.”
이 축적 논리가 지속적으로 성공하려면 추출의 광맥을 비용없이 마음껏 사용 가능해야 한다. 정보보호를 없애고 규제를 줄이며 프라이버시 강화 법안을 약화시키거나 저지하는데 로비를 벌이는 이유다. 여기에는 신자유주의와 미국 수정헌법 표현의 자유 근본주의가 보호막 구실을 했다.
저자는 스트리트뷰, 위치 정보, 사물 인터넷 등 다양한 혁신 기술들이 어떻게 개인 정보를 추출해내는지 하나하나 추적해나가며, 기능을 사용하려면 투항할 수 밖에 없는 프라이버시 통제권 박탈의 현실을 보여준다.
속수무책으로 검색은 물론 이메일, 글, 사진, 노래, 메시지, 동영상, 위치 정보, 커뮤니케이션 패턴, 선호도, 관심, 얼굴, 감정, 건강 상태, 구매 이력 등 모든 것이 행동잉여 저장소로 빨려간다.
그 결과 감시 자본주의가들의 부, 지식, 권력 집중은 가속화하고 있으며, 인간본성을 위협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총체적 획일성의 위협, 위로부터의 쿠데타에 상응하는 중대한 인권 박탈”이라고 비판한다.
감시 자본주의는 우리가 꿈꿔온 디지털 드림, 즉 ‘연결된’ 존재는 본질적으로 친사회적이고 포용적이고 지식의 민주화를 지향한다는 네트워크에 대한 환상과도 거리가 멀다.
문제는 이 덫을 알면서도 피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은 사회적 활동의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체념적 냉소주의로 흐르거나 상황을 합리화 혹은 변명을 지어내는 식으로 방어기제를 작동시키게 된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온 가장 오래된 질문, ‘주인이냐 노예냐?’를 상기시키며, 빼앗긴 것에 대한 분노와 상실의 감각을 되살려,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빼앗긴 것은 개인 정보 만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주관과 자신의 경험에 대한 권한이다.
우리의 요구를 존중하지 않거나 우리의 진정한 이익을 위해 봉사하지 않는 현재 기업들과 악성 자본주의에 대해 분노하고 요구하라고 요청한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제 그만”이라고 외쳐야 한다며, 이런 집단적 노력에 기여하고자 책을 썼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생산양식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감시자본주의 시대/쇼샤나 주보프 지음, 김보영 옮김/문학사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