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키신저’로 불리며, 현재 가장 영향력있는 외교정책 자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가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 10가지를 담은 ‘텐 레슨’(민음사)를 펴냈다. 미국에서 지난해 10월 출간된 책은 역사상 유례없는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사회전반의 문제를 차근차근 짚어냈다.

자카리아는 팬데믹 이후의 세상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의 ‘빨리 감기 버전’이 될 것으로 본다. 이전의 세상으로의 회귀라기 보다 진행중이던 흐름이 가속화한다는 얘기다. 빨리 감기 상태에선 부자연스런 모습이 연출되기 마련.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 디지털 경제와 일자리, 전염병과 대도시, 불평등과 세계화, 미·중 양강체제 등이 가속화할 이슈들이다.

저자는 우선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을 작용과 반작용의 결과로 본다. 즉 이번 위기는 세계화와 개방, 속도전, 무계획적 개발, 자연서식지 파괴라는 인간 활동의 반작용이다. 따라서 성장을 견인해온 역동성과 안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필요하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진 가운데, 저자는 초기 방역실패로 혼돈에 빠진 미국정부에 날선 비판을 가한다. 특히 주 별로 다른 파편화된 기준, 공공 서비스의 비효율적인 시스템 등을 지적한다. “경계를 모르는 질병과 싸워야 할 때는 누덕누덕 기워 붙인 권위는 악몽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와함께 “미국은 철두철미 예외적이라는 환상”에도 메스를 가한다. 문제는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가 아니라 정부의 질이라는 것이다.

자카리아는 미국의 초기 대응 때 문제가 된 헬스케어 시스템을 따져들어가며, 당시 돈있고 배경이 있는 사람들만 즉시 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며, ‘유료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대안으로 낮은 단계의 규제와 자유시장을 고수하면서 넉넉한 사회안전망을 갖춘 덴마크식 모델을 제안한다.

불평등은 앞으로 더 악화되고 디지털화할수록 세계화는 더 가속화할 것이란 게 저자의 전망이다. 책은 코로나가 남긴 상흔, 더욱 불거진 사회 문제들을 전체적으로 조망, 방향타를 제시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덴레슨/파리드 자카리아 지음,권기대 옮김/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