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2위…글로벌 IB
내부통제 붕괴 잇따라도
정부의 개인제재는 없어
국내도 제도 다시 살펴야
만성적 저평가 벗어날 수
라임펀드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절차가 거의 막바지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라임펀드까지 ‘우리는 왜 이 모양이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도 난리다. 사고가 워낙 많아 오죽하면 ‘크라이시스 스위스’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다.
CS는 지난해 독일 와이어카드(wirecard)에 이어 올해 영국 그린실(Greensill) 사태와, 미국 아케고스캐피탈(Archegos Capital)에까지 모두 연루돼 체면을 구기고 있다.
CS는 지난 해에 소프트팽크가 소유한 와이어카드 전환사채(CB)를 고객에 팔아 논란이 됐다. 와이어카드 거액의 회계부정이 드러나면서 해당 고객은 막대한 손실을 입어야 했다. 금융회사는 수수료만 챙기고 위험은 고객에 떠넘겼다는 점에서 DLF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그린실은 역(逆) 팩토링(factoring)으로 사세를 불렸다. 납품업체가 고객사에서 받은 매출채권을 할인해 운영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이 일반적인 팩토링이다. 역 팩토링은 납품업자에 납품과정에서 필요한 돈을 일부 빌려주되, 고객사가 물건을 판 돈으로 채권을 회수하는 구조다. 납품업자는 싼 이자에 자을 빨리 조달해서 유리하고, 고객사는 대금결제를 늦출 수 있다. 물건이 제대로 팔리지 않으면 부실 위험이 존재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부실이 발생했고, 계약기간이 끝나가는 보험은 안전장치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라임 무역펀드와 꼭 닮은 꼴이다.
아케고스캐피탈은 여러 투자은행에서 돈을 빌려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주식에 투자했다. CS도 돈을 빌려줬는데, 아케고스가 다른 IB들에서도 돈을 빌린 것을 모른채 주가하락에 따른 마진콜과 반대매매에 뒤늦게 나섰다 큰 손실을 봤다. 라임 메자닌 펀드를 떠올리게 한다.
CS의 잇딴 사고는 내부통제 붕괴 때문이다. 최고위험책임자(CRO)가 돈 벌이를 위해 내부경고를 무시하고, 감시체계를 약화시켰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위험을 경계하는 직원들에 인사상 불이익을 주자 영업일선에서는 위험 경시 풍조가 만연했다. CRO 임명은 최고경영자(CEO)의 권한이다.
스위스 금융당국도 CS를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금융회사의 잘못에 대해서는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령하는 제재가 일반적이다. 개인에 대한 경영 책임을 묻는 역할은 주주들이 담당한다. 경영진에 대한 인사권은 주주권의 중요한 부분으로 주식가치와도 연관된다. 1분기 실적에 치명상을 입은 CS는 20억 달러 규모의 자본확충을 추진하면서 주가가 또 급락하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회사 주가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모두 1배 이하로 세계 최저다. 연체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데도, 순자산의 절반도 기업가치로 인정받지 못한다. 우리 법령 체계는 주주 외에 행정권으로 금융회사 경영자의 자격을 통제할 수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달리 주주권이 온전치 못하니 기업가치를 할인 받는 것은 아닐까?
누구나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쥔 이에게 순응하기 마련이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주주와 회사에 부담을 넘기더라도 정부에 순응해 자리를 지키고 싶을 지 모른다. 개인 징계 위험에 처한 CEO들이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이면서 사실상 제재가 감경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 보호의 지렛대가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과 법적근거를 둘러싼 논란까지 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금융회사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따지고 물을 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