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강화로 거래량은 급감했는데

서울 아파트 0.28% 올라…상승폭 다시 커져

유동성 증가·규제완화 기대감·공급부족…본격 상승 예고

진정세라는 서울 아파트값…“다시 뛰기 시작했다” [부동산360]
거래는 안 되지만 서울 아파트 시세 상승폭은 다시 커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매물 정보. [연합]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주택시장에서 거래량이 줄면 집값이 내려가기 마련이다. 거래가 안 되면 사정이 급한 집주인이 집값을 낮춰 내놓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서울 주택시장은 이런 상식을 깬다. 거래량은 급감했는데, 시세는 다시 상승폭을 키우기 시작했다.

12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지수’는 7.3으로 전주(9.7)보다 더 떨어지면서 2020년 5월 첫째주(6.9) 이후 46주 내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KB국민은행이 서울 시내 회원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거래가 ‘한산’한지, ‘활발’한지 물어 작성하는 것으로 0~200 범위에서 100 밑으로 떨어질수록 ‘한산’하다는 응답이 많았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올 1월 첫째주 23.6을 기록한 이후, 12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실제 거래량 지표에도 나타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작년 12월 7521가구까지 늘었으나, 1월 5757가구, 2월 3859가구로 계속 줄고 있다.

거래량은 줄고 있는데 시세 상승세는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28% 올라 전주(0.20%) 보다 상승폭이 0.08%포인트 커졌다. 2월 둘째주(15일 기준) 0.42% 변동률로 최고 상승폭을 기록한 이후, 지난주까지 6주 연속 오름폭이 줄면서 안정세를 찾는 듯 보였으나 다시 상승세가 가팔라진 것이다.

도봉구(0.65%), 노원구(0.50%), 강북구(0.29%) 등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평가되는 강북지역은 물론, 강남구(0.15%), 서초구(0.05%), 송파구(0.16%) 등 강남권과 마포구(0.39%), 성동구(0.64%), 양천구(0.24%) 등 인기지역 아파트값도 모두 전주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거래량이 줄었는데 시세가 뛰는 건 정부가 규제로 거래를 못하게 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평가한다. 실제 매수세가 줄어드는 등 시장 상황이 달라져 거래가 감소한 게 아니라 정부가 규제로 억지로 거래를 어렵게 해 놓았기 때문에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교수는 “거래가 잘 안 되는 와중에 자금 여력이 있는 일부 주택 수요자가 중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예상하고 인기지역 아파트를 전 거래가보다 높게 계약하면 시세는 다시 오른 것으로 나타난다”며 “오세훈 시장 당선 등으로 규제 완화가 예상된다는 점도 거래가 크게 줄었는데도 전고점을 경신하는 단지가 계속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서울 주택시장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공공재건축, 공공재개발 후보지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어서 주택 수요자 입장에서 거래할 지역 범위는 계속 줄어든다. 정부는 이들 후보지 지정 이후, 거래된 건에 대해선 입주권을 주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쉽게 매수하기 어렵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올해 서울 주택시장은 공급도 워낙 부족하다”며 “역대급 규모로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주택은 희소한 상황이기 때문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본격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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