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번 넘는 부동산 대책 총체적 실패
집값 못 잡고, 신뢰만 잃어
세금 중과 등 국민 재산상 피해도
4·7 재보선 결과서 민심 그대로 나타나
당정 자성 뒤 과감한 정책전환 없으면
성난 민심 파도, 정권의 배 뒤엎을 수도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고 했다. 예기(禮記)에 나오는 말이다. 가혹한 정치는 무거운 세금이다. 4·7 재보궐 선거의 화두는 부동산이었고, 그중에 세금이 핵심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세금의 무서움을 간과했다. 부동산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보유세·거래세 등 부동산 세금을 올렸다. 재산세 부과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도 높였다. 올해 상승폭만 전국 아파트 기준, 20%에 이른다. 정부는 선거철만 되면 재정이 화수분인양 선심성으로 써댔고, 증세로 갈음코자 했다. 코로나19로 지갑이 얇아진 국민은 안중에 없었다. 상처받은 국민 마음에 ‘세금’이라는 소금을 뿌렸다.
부동산 세금 때문에 힘들다는 국민 목소리를 외면했고, 집값 문제엔 ‘자신있다’, ‘기다려 달라’고만 했다. 하지만 말 뿐이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무주택자·1주택자 모두 불만이 극에 달했다. 인내심도 바닥났다.
민심은 호랑이보다 더 무서워졌고 투표를 통해 준엄하게 심판했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만난 지인은 정부 말만 믿고 집을 사지 않고 집값이 떨어지기 만을 기다렸다고 했다. 하지만 가파른 상승으로 매수 시기를 놓쳤고, 여전히 수도권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그는 “지난 정부는 정치적으로 실패해 싫었을 뿐인데, 이번 정부는 나에게 직접적 피해까지 주고 있다”며 분노했다. 이같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문재인 정부는 스무번 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2·4 공급 대책의 일환이지만 요즘은 매주 공급방안을 빵찍어내듯 쏟아낸다. 최근 집값이 살짝 숨고르기에 들어가자 집값이 안정됐다며 ‘자화자찬’이다. 하지만 총체적으로 평가하면 실패한 정책이다. 정권 초중반 투기꾼을 잡겠다며 펼친 수요 억제책은 반 시장적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나름 선의(?)를 감안해 ‘나쁜 정책’으로 부르진 않았다. ‘좋은 의도, 나쁜 결과’로 표현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나쁜 정책이었고, 나쁜 결과’였다.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지난해 7월 말부터 시행된 임대차2법 역시 ‘나쁜 정책, 나쁜 결과’의 대표적 사례다. 신규 세입자는 임대차법으로 인한 전셋값 상승으로 전세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4년 전 매맷값이 지금은 전셋값이 됐다. 신규냐 갱신 계약이냐에 따라 같은 아파트, 같은 평수임에도 전세가격이 양분화됐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도 빈번하다.
매매 시장에서도 이제 집 한 채를 사려면 깐깐해진 자금조달계획서부터 챙겨야 할 사안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다. 투기는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이 했는데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부동산거래분석원’까지 만들어 거래 내역을 샅샅이 살펴 보려고 한다. 나쁜 정책의 ‘점입가경’이다.
‘공공’을 앞세운 공급대책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공공에 대한 신뢰성 상실 때문이다. 정작 필요한 토지주와 집주인의 의견은 듣지도 않은 ‘숫자상의 공급’일 뿐이다. 재산권 침해 논란은 잠재적 폭탄이다. 신임 서울 시장과의 엇박자,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백지화될 수도 있다. ‘나쁜 정책’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정치·경제 패권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는 지난 4년 국내 부동산 문제로 너무나 많은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했다. 하지만 집값도 못잡고, 국민 신뢰도 잃어 버렸다.
마침 정부와 여당이 기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재보궐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꾸짖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과감히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 내년 대선을 위한 여론 회피용 정도로 시늉만 내선 절대 안된다.
지난 선거에서 성난 부동산 민심을 목도했을 것이다. 허투루 한다면 그 민심이 거센 파도가 돼, 정권이라는 배를 뒤엎을 지도 모른다.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권남근 건설부동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