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신체접촉만으로는 처벌하지 않아”
“공개 장소에서의 추행, 비난 가능성 높아”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여러 사람이 밀집한 장소에서 다른 이의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추행을 할 경우 처벌하도록 한 성폭력처벌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5월 개정되기 전의 성폭력처벌법은 대중교통이나 공연장 등 사람들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누군가를 추행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지금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형량이 올라갔다.
헌재는 죄의 성립을 위해선 추행의 고의가 인정돼야 하고, 우연한 신체접촉만으로는 처벌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정형에 하한선이 없어 판사가 개별 사건마다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 그러면서 “건전한 상식과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처벌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선 피해자와의 접근이 용이하고 추행 장소가 공개돼 있는 등 피해자의 명시적·적극적 저항 내지 회피가 어렵다는 특수성이 있다”며 “추행장소가 공개돼 있어 추행의 정도와 상관없이 피해자에게 강한 불쾌감과 수치심을 주므로, 유형력이 수반되지 않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청구인 A씨는 2017년 9월 지하철에서 옆에 앉은 사람의 신체 부위를 손가락으로 만진 혐의로 기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았다. A씨는 추행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우연한 신체접촉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며 2019년 11월 헌법소원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