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권 남용·위증교사 10년 전에도 주장

강금실 전 법무장관, 민변회장 출신 백승헌 변호인단 가세

1심 무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실형

상고심에서 김능환 전 대법관, 부장판사 출신 전관 대거 투입

최종 ‘9억 수수’ 인정, 실형 확정…만기 출소

한만호 변호인 최강욱 변호사는 21대 총선 국회의원 당선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수사지휘권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수사지휘권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최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위증 강요 의혹이 제기됐지만, 대검 부장단 회의를 통해 불기소 결론이 나면서 10년만에 재점화된 논란이 일단락됐다. 이번에 기소 여부가 논의된 김모 씨의 증언을 믿을 수 있는 것인지, 검찰이 권한을 남용한 것인지는 10년 전 법정에서도 다툼이 있었고, 매듭이 지어진 내용이다. 한 전 총리 사건에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김능환 전 대법관 등 거물급 전관변호사들이 대거 투입되기도 했다.

25일 한 전 총리 사건 판결문을 보면 2011년 10월 31일 선고된 1심 사건에는 법무법인 원의 강금실 변호사와 조광희 변호사, 박종문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을 지낸 백승헌 변호사 등 총 9명이 변호인으로 참여했다. 강금실 변호사는 참여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낸 인사다.

대검에서 위증강요 의혹으로 기소여부를 논의한 김씨는 이 사건 증인으로 나서 공여자 한만호 씨가 9억원을 한 전 총리 측에 전달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한만호 씨는 1심에서 돈을 줬다는 검찰 진술을 번복했는데, 이것 역시 위증을 철저히 준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김씨의 증언을 오히려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김씨의 증언은 지나치게 단정적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기소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하는 전략을 폈다. 2010년 6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유력한 후보인 한 전 총리에게 ‘부패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해 악의적으로 기소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수사가 제보에 의해서 시작됐고, 한 전 총리에게 돈이 전달된 정황증거인 장부가 발견된 점 등을 고려해 검찰권 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한만호 씨가 돈을 건넸다고 한 진술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결과적으로 1심에서 성공을 거둔 한 전 총리는 항소심에서도 변호인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1심 결론은 뒤집혔고, 한 전 총리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 전 총리의 친동생은 2009년 2월 23일 전세금 잔금 1억 8900만원을 임대인에게 지급했는데, 여기에는 한만호가 한 전 총리에게 줬다는 1억원짜리 수표가 포함된 사실을 결정적 근거로 삼았다.

한 전 총리 측은 대법원 상고심에서 변호인단을 보강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법무법인 율촌을 선임해 대법관을 지내고 퇴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김능환 변호사에게 변호를 맡겼다. 부장판사 출신의 윤용섭 변호사, 변현철 변호사 등 법원 내에서 실력을 인정받던 거물급 전관이 투입됐다.

하지만 전직 법무부 장관과 대법관이 투입된 ‘전관효과’는 누리지 못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 전 총리가 9억원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고 유죄판결을 확정했다. 전세금 사용 내역 외에도 한 전 총리 보좌관인 김모씨가 금전거래한 3억원, ‘한 의원’이 기재된 채권회수 목록 등도 유력한 증거로 삼았다. 다만 이인복·이상훈·김용덕·박보영·김소영 대법관은 한만호 씨의 검찰 진술이 증거능력이 없다는 1심 결론이 옳다고 보고 3억원을 뺀 나머지 6억원은 유죄로 단정할 수 없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검찰 진술을 번복했던 한만호 씨는 이 사건 이후 위증죄로 기소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한만호 씨 변호를 맡았던 최강욱 변호사는 “검찰이 한만호를 압박하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공소권 남용”이라고 주장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강욱 변호사는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해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국 전 법무무장관 아들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해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한편 이번에 사건을 재점화한 한만호 씨의 동료 재소자 한모씨의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민본의 설립자 민병덕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역시 국회의원이 됐다. 법무법인 민본은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했다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도 소속 변호사가 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