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법령·기준 등 미비

일부 유예에도 불안감 커

위반우려 업무 일시 중단

대면·현장영업 위축 예고

[헤럴드경제=이승환·정경수 기자] “당분간은 제재보다 컨설팅이 필요합니다.”

25일 금용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을 이틀 앞두고 금융감독원 김은경 금융소비자보호처장과 금융회사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간 화상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금융당국이 법 시행을 불과 5영업일 앞두고 시행령과 감독규정을 발표한 데다 아직 여러 하부규정과 세부기준이 나오지 않아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제도에 준비가 덜 된 까닭이다.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등 일부 규정은 업계 준비기간을 고려해 적용을 6개월 유예했지만, 금소법의 골자인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 준수·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과장광고 금지)가 새롭게 시행되면서 업계는 금소법 제재의 시범 케이스를 피하기 위해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CCO는 “무엇보다 영업점 혼선을 줄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당국에서도 처벌보단 계도기간을 갖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화상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업계의 애로사항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며 “업계에서 새로운 제도를 잘 적응하도록 여러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답도 (금융당국으로부터)받았다”고 말했다.

▶강화된 과태료·과징금 부담..직원들도 위축= 현재 금융당국이 법 적용을 6개월 유예한 규정은 5개다. ▷내부통제기준(법 16조), 금융소비자보호기준(법 32조) 마련 의무 ▷금융상품판매업 등 업무 관련 자료의 기록 및 유지·관리·열람 관련 의무(법 28조) ▷핵심설명서 마련(규정 13조)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의 투자성 상품 위험등급 설정 의무(법 19조) ▷자문업자․판매대리중개업자 등록의무(법 12조) 등이다. 이외 규정들은 25일 법 시행과 함께 바로 금융권 영업현장에 적용된다.

6대 판매규제를 위반하면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적합·적정성 원칙은 금융사 2000만원, 판매직원 1000만원의 과태료를 내게 하지만 설명의무, 부당권유, 불공정영업 행위 등이 있다면 각각 7000만원, 35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광고 관련 처벌이 가장 세다.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의 허위·과장 광고를 한다면 금융사는 1억원, 판매직원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중대한 위법 행위로 분류되는 설명의무·광고규제 위반, 불공정영업·부당권유행위에는 관련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한다.

서울 강남에서 근무 중은 한 은행원은 “해피콜 10번 중 2번만 나쁜 평가가 나와도 한 달간 상품판매가 금지되고 있다”며 “이제는 과태료까지 받는다면 다시 영업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온라인 영업 활동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유튜브, 블로그 등에서 보험대리점(GA) 설계사들이 포트폴리오 리모델링을 명목으로 사실상 상품가입을 권유하던 행위가 ‘광고’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90세까지 누구나 가입 가능’과 같은 모호한 문구를 사용하거나, 무료로 재무상담을 해준다는 식으로 미끼를 던져서도 안된다.

한 설계사는 “온라인 영업을 중심으로 하는 법인대리점(GA)에 근무 중인데 앞으로 영업 전략을 바꿔야 할 판”이라며 “DB(데이터베이스) 영업, 개척영업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혹시모를 처벌..서비스 중단하고 예방책 마련하고=법 시행을 하루 앞둔 금융회사들은 불확실한 법률 리스크를 피하는 데 급급하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급한대로 금소법과 부딪힐 가능성이 있는 업무는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며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은 스마트텔러머신(STM)에서 입출금 통장을 개설하는 서비스를 25일부터 4월 말까지 한시 중단한다. 하나은행도 인공지능(AI) 로보 어드바이저인 ‘하이로보’ 신규 거래를 25일부터 5월 9일까지 한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가 지점장이면 사모펀드 등 위험 상품 판매를 자제하라고 할 것”이라며 “실적은 다른 데서 올리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재 예방책도 속속 마련하고 있다. 과거 배포됐던 청약서류는 회수하고 위법계약해지권, 청약철회권 등 권리를 명시한 신 청약서를 배포 중이다. 또 일부 회사는 ‘계약서류 전달 고객 확인서’를 추가해 고객이 약관, 상품설명서 등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만들었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당장 새로운 법과 제도에 맞춰 업무 프로세스를 변경해야 한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때까지 고객영업이 당분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