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1.6%로 연중 최고 수준에 닿았고, 한국도 10년물 국채금리가 2%에 올라섰다. 대출이자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단기 금리에 연동하는 변동금리로 취급하고 있다. 이 금리는 대개 단기채에 연동되는데, 지난달까지 시장에서 압박을 받은 것은 10년물 장기채였다. 시장금리상승 영향에 대한 낙관이 나왔던 이유다.
문제는 최근 흐름이다. 이달 들어 한국 국채 3년물 금리는 1.2%까지 올랐다. 5년물 금리도 1.6%로 52주 최고 수준이다. 아직 대출과 연동되는 금융채 1년물이 1% 미만에 그치고 있지만, 금리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음은 분명하다. 관건은 부채의 질이다. 은행권은 가계보다 기업부채를 더 걱정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이 주택담보대출로 묶여있는 데다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규제가 있어 자산가격을 넘어선 무리한 대출이 적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소득 전문직의 신용대출마저 제한하고, 은행권의 대기업 집단대출마저 막으면서 사실상 가계대출 부분은 관리가 돼왔다고 본다.
그러나 기업은 다르다. 지난달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은행장들을 만나 코로나19 관련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을 6개월 더 유예해 9월까지 미루자고 권유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원금이야 그렇다쳐도, 이자라도 내야 영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알 수 있다”면서 “충당금을 쌓아놓고 있다 해도, 9월에 갑자기 돈을 못 갚는 곳이 늘면 그 손실은 누가 보상하냐”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한 위원은 “기업에 대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등으로 대출의 실질적인 건전성이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은행의 리스크 관리에 불확실성이 초래되고 있다”며 “기업의 채무 부담을 유예하더라도 전면 유예가 아니라 인센티브 등을 부여해 자발적 상환을 유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도 “완화적 통화 정책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금리 정책이 오히려 구조조정을 저해해 경제성장 기반을 훼손하고 오히려 고용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정부나 여당 인사들은 종종 늘어나는 대출을 끌어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빚투(빚을 내 투자)’하는 것에 대한 경고로 일본의 1990년대 장기 불황을 언급하곤 했다. 일본 자산가격의 거품이 빠지면서 집값이 크게 떨어진 것을 예로 들어, 돈이 자산시장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고자 했다.
그러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는 집값 하락 뿐 아니라 좀비기업의 급증도 함께 있었다. 당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5%에서 15%로 늘면서 일본 정부 재정은 악화됐다.
기획재정부는 1월 국세 수입은 전년 대비 2조4000억원이 늘어난 38조8000억원을 기록했으나, 지출이 더 크게 늘면서 관리재정수지가 1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첫 달부터 마이너스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내놓는 정책으로는 한국도 잃어버린 20년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