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 역행에 종부세 희비까지 엇갈려

깜깜이 공시가, 가격산정 형평성 두고 논란

같은 동네서 상승률 달라 종부세 희비 엇갈리기도

단지 내 평형별로 상승률 제각각…현실화율도 들쑥날쑥

“공시가 인상 기준 밝혀야”

“옆단지와 공시가격 같았는데 올해는 우리만 종부세?” 둘쑥날쑥 공시가격 논란 [부동산360]
정부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한 가운데 공시가격 산정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경.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은희·이민경 기자] #. 2017년 나란히 입주한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마곡힐스테이트’와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 84㎡의 지난해 공시가격은 7억7100만원(13층)으로 같았다. 그러나 올해 공시가격은 마곡힐스테이트가 8억8000만원으로 14.1%,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가 9억900만원으로 17.9% 올랐다. 1가구 1주택 기준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에서 희비가 갈린 것이다. 이들 아파트의 한국부동산원 기준 시세는 13억5000만~15억5000만원으로 동일하다. 그런데 지난해 마지막 거래를 기준으로 동일 평형 아파트의 실거래가를 확인해보면 종부세 부과를 피해간 마곡힐스테이트가 13억4000만원으로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13억원)보다 4000만원 높았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올해도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다. 같은 동네 비슷한 가격흐름을 보이는 아파트의 상승률이 다르게 책정된 사례가 속출했고 동일 단지 내 평형별로 격차가 벌어진 사례도 여럿이다. 현실화율 역시 단지별로 10%포인트 벌어지는 등 제각각이다.

이런 가운데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공시가격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며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들쑥날쑥한 공시가격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모양새다.

17일 헤럴드경제가 국토교통부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를 분석한 결과,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서는 공시가격 책정이 실거래가 흐름과 역행한 사례가 확인됐다. 옥수사거리에 나란히 있는 ‘래미안옥수리버젠’과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전용 59㎡의 올해 공시가격은 13층 기준 각각 10억1500만원, 9억4300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 기준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의 실거래가는 15억2500만원으로 래미안옥수리버젠(14억6000만원)보다 높았지만 공시가격에선 역전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래미안옥수리버젠은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29.3% 오른 반면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는 24.6% 올랐다.

“옆단지와 공시가격 같았는데 올해는 우리만 종부세?” 둘쑥날쑥 공시가격 논란 [부동산360]
단위=원, 실거래가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 기준, 자료=국토교통부

같은 동네 동일 평형 아파트의 공시가격 상승률 격차가 벌어지거나 동일 단지 내 평형에 따라 상승률이 다르게 적용된 사례도 있었다. 강서구 염창동 ‘e편한세상염창’ 전용 59㎡의 올해 공시가격은 9억6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3.1% 오르며 종부세 부과 대상에 편입됐다. 반면 ‘염창한화꿈에그린’ 같은 평형의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27.7% 오른 8억8900만원으로 책정됐다. e편한세상염창과 동일한 상승률을 적용하면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9억2638만원 선으로 종부세 기준인 9억원을 넘게 된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경우 평형별로 상승률이 12.4~18.4%로 각기 달랐다. 13층 기준 전용 114㎡의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은 18.4%에 달했으나 전용 59㎡는 16.1%, 전용 84㎡는 12.4%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시가격 책정 적절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주택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부세 등 세금은 물론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건강보험료 등을 산정하는 기준으로도 쓰여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에 공시가격 산정 근거를 공개해달라는 요구도 빗발친다.

그러나 정부는 실거래자료, 감정평가 선례, 시세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한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산정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서 어떤 데이터를 쓰는 지, 시세는 어떻게 책정하는지, 시세 반영률은 얼마인지 모두 비공개다. 이의신청도 있으나 실제 받아들여지는 사례는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산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산출 통계식이 워낙 복잡해 시민들에게 공시가격 산출 내역을 하나씩 알기 쉽게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최소한 어떤 변수를 감안했는지는 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용도지역·높이·층수·남향 여부 등 아파트 시세를 결정하는 요인 중 어떤 것을 사용했는지 밝히라는 의미다. 조 교수는 “지금은 과정 전체가 블랙박스인데, 이런 부분 만이라도 공개한다면 소유주들이 이의신청을 할 때 조금이라도 근거를 갖고 얘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4월 결정공시 시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와 공시가격 결정을 위한 심의 자료 등을 공개할 계획이다. 다만 앞서 지난해 세종시에서 시범 공개한 기초자료를 두고도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적절성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ehkim@heraldcorp.com

‘LH 언급하자 고개 절레절레…’ 공공재개발 예비후보지 둘러보니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