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남부서 박기영 경위
“보복 두려워 신고 못해…상처치유 꼭 필요”
2018년부터 경찰·전문가와 함께 중재 진행
“피해자 잘 지낸다고 웃으며 얘기할 때 보람”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남양주남부서 소속 학교전담경찰관(SPO)인 박기영 경위는 과거 사이버 도박에 중독돼 2000만원 빚을 지고 ‘대리입금’의 늪에 빠진 A군을 도와준 일이 생생하다.
대기입금은 소액을 빌려주고 고액 이자를 받는 것으로,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했다. A군은 선배가 사이버도박을 권유해 조금씩 대리입금으로 빌린 게 원금의 5배인 2000만원까지 불어났고, 돈을 갚으라는 선배들에게 수시로 맞으며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급기야 선배들이 A군의 부모님에게 돈을 받으려고 집까지 찾아오자 A군의 엄마가 박 경위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도움을 요청했다.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박 경위는 가해 학생들에게 엄정하고 신속하게 대처했고, A군과 다른 학생에게 번진 사이버도박과 대리입금 문화를 끊어냈다고 한다.
2013년부터 SPO로 활동한 ‘베테랑’ 박 경위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데 대해 “부모나 교사, 경찰관 등 옆에 보호자가 많지만 24시간 내내 붙어 있지 않다 보니 학생들이 학교폭력 피해를 입더라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못 하게 되는 것”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박 경위는 이 때문에 학교폭력 발생 후 추가 피해를 막고 피해자가 상처에서 회복하도록 돕는 ‘회복적 경찰활동’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연신 강조했다.
회복적 경찰활동은 경찰과 중재전문가가 동석한 자리에서 학교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과 심경을 얘기해 가해자가 듣게 하고, 가해자의 사과와 재발 방지, 피해보상 등의 약속을 받는 활동이다. 2018년 법 개정을 통해 경찰 직무에 범죄 피해자 보호 항목이 추가되면서 회복적 경찰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박 경위는 “피해자가 당장 힘드니까 전학했더라도, 가해자와 물리적으로 떨어졌을 뿐 학교폭력을 당한 기억이나 사과를 받지 못한 억울함은 그대로 남아 어른이 되더라도 생각나게 된다”며 “고통스러운 과거와 직면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지만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 단추를 끼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회복적 경찰활동에서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부모와 경찰, 조정가 앞에서 약속하게 하고 꾸준히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피해자 모니터링을 하면서 ‘경찰관님 덕분에 잘 지낸다’고 웃으며 얘기한 학생도 있다”는 그는 “피해자의 상처가 치유되고 가해자가 다시 그러지 않을 때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욕설·모욕이나 성희롱을 가하는 사이버폭력의 피해 복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박 경위는 “요즘 청소년들은 휴대폰과 함께 태어난 세대니까 큰 죄책감 없이 사이버폭력에 가담한다”며 “디지털 성착취물일 때는 ‘소문이 날까’ 두려워 숨는 경우가 있는데, 신분 노출이 최대한 안 되게 24시간 영상물 삭제, 국선변호사 선임, 피해자 보호활동 등을 하는 만큼 경찰을 믿고 수사에 협조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