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명박 정부 당시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하며 특수활동비를 불법 사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직권남용 부분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국고등손실)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중 원 전 원장이 국가정보원 직원들을 상대로 직권남용을 해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했다는 혐의 부분에 대해 무죄 및 면소 판결한 부분에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다시 판단하라고 한 부분은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 직권남용을 해 국정원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재판부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미행 관련, 실무담당자들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국정원법 위반)에 대해 “원 전 원장이 실무 담당자들에게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고,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즉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원 전 원장은 2009~2013년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민간인 댓글 공작을 위한 ‘심리전단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하면서 63억6200만원의 예산을 불법 사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뒷조사 ▷국정원 자금 사저 리모델링 불법사용 ▷민주노총을 분열하기 위한 어용노총 설립에 국정원 예산 지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 2억원 및 현금 10만달러를 전달한 혐의 등도 받았다.
9개 재판이 하나로 병합된 1심은 원 전 원장에 대해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 상당수를 동원해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대통령을 홍보하고, 반대하는 정치인·비정치인을 음해했다”며 “반헌법적 행위로 국정원의 위상이 실추되고, 국민 신뢰가 상실됐으며, 결국 국가안전보장이 위태로워졌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던 라디오 진행자 김미화 씨를 교체하도록 한 혐의 등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1심에서 유죄로 판단했던 권 여사 미행 혐의와 박 전 시장 미행 혐의 부분을 무죄로 봤다. 다만 개인적 목적으로 28억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호텔 스위트룸 임차에 사용한 혐의는 1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징역 7년은 유지하고, 자격정지 기간만 7년에서 5년으로 줄였다.
원 전 원장은 이미 여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었다. 그는 앞서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국정원법 위반 등)로 2018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그보다 앞선 2016년 9월엔 건설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징역 1년2월이 확정됐다. 안대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