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스미싱 지난해 4만4083건…전년 대비 9% 증가
경찰 “계좌이체 수법 안 먹히니 ‘현금·통장 전달’ 방법 써”
“금융사기특별법, 변종수법 적용 안 돼…법률 개정 필요”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피해자 김모 씨는 지난해 7월 29일 A은행 직원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생활안정자금을 신청하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전화했다. 김씨는 해당 은행 직원이라던 B씨에게 자신의 인적 사항과 대출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알고 보니 B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같은날 또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 C씨는 김씨에게 A은행 계열 캐피탈 팀장을 사칭하면서 “기존 대출금이 있는데 대환대출을 하려고 하는 것은 금융거래법 위반”이라며 “기존 대출금 860만원을 직원에게 직접 건네야 한다”고 속였다. 결국 김씨는 경기 군포시에서 보이스피싱 인출책에 가담한 최모(35)씨를 만나 현금을 전달했다. 최씨는 피해자로부터 건네받은 체크카드에서 돈을 인출하거나 현금을 보이스피싱 계좌로 송금하면 그 금액의 1%를 수수료로 주겠다고 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 인출책으로 공모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이달 3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이처럼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과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환대출 유형의 보이스피싱·스미싱 범죄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코로나19 로 인한 불황에 설 명절을 앞두고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노려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낮은 이자의 정부 지원 서민대출이라고 속이는 수법과 계좌 이체 대신 대면 편취나 통장·체크카드를 전달하는 변종 유형의 스미싱·보이스피싱 유형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형 서울 도봉경찰서 강력팀 형사는 11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지난 9일에도 수백만원대의 대환대출 보이스피싱 사건이 접수 됐다”며 “하루에 한 건 정도 피해 신고가 접수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코로나19 시기 비금융권 대출의 높은 이자에 힘들어 하는 시민들에게 낮은 이자의 정부 지원 서민대출이 가능하다며 속이는 수법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실제 금융권이 사용하는 금융 거래 애플리케이션과 유사하도록 블랙해커가 제작한 앱을 피해자가 다운로드받아 휴대전화를 조작하고 저장된 정보를 유출되는 수법도 사용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스미싱·보이스피싱 범죄 역시 2019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는 총 4만433건이던 스미싱·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2020년에 4만4083건으로 3650건(9.0%) 늘었다.
아울러 기존의 계좌 이체 보이스피싱 수법이 피해자가 은행 방문 과정에서 은행 직원들의 신고로 먹히지 않자 대면 편취로 수법이 바뀐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형사는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에 의해 수사당국이 보이스피싱 번호를 정지시키는 등 혐의를 적용하지만 법령에 따르면 ‘전자금융범죄’는 계좌 이체·송금으로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직접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금품이나 통장 가져다 주는 변종 대면 편취 수법은 특별법 적용이 어렵다는 의견이다.
김 형사는 “일선에서는 대면 편취 수법으로 인해 수사 기관이 보이스피싱 전화 번호를 정지시키거나 특별법을 적용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변종 수법에 맞춰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경찰청 관계자 역시 “명절을 앞두고 금융사기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개편한 사이버범죄 신고 시스템(ECRM)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증거 제출이 가능하므로 신속히 당국에 신고 해야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