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국가기관 최초 실태조사

국내 트랜스젠더 10명 중 6명 이상은 최근 1년간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대부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에서 혐오·차별 표현을 접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내 트렌스젠더 5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트랜스젠더 혐오 차별 실태조사 보고서’를 국가기관 최초로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5.3%는 지난 12개월간 성적 정체성 때문에 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에 트랜스젠더 혐오 표현을 접한 곳은 SNS를 포함한 인터넷이 97.1%로 가장 많았고, 방송·언론(87.3%), 드라마·영화 등 영상 매체(76.1%) 등 미디어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혐오·차별이 일어나는 공간은 다양했다. ▷신분증·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해야 하는 의료기관 이용(21.5%) ▷담배 구입·술집 방문(16.4%) ▷보험 가입·상담(15.0%) ▷은행·상담(14.3%) ▷투표 참여(10.5%) ▷전화, 인터넷 가입·변경(9.2%) ▷증명서 발급(8.5%) ▷주택 관련 계약(8.1%) 등 일상적 용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까봐 포기한 경험이 적지 않았다. 집밖에서는 화장실 이용을 아예 포기한 경험도 36.0%나 됐다.

가족, 학교 등 소속 집단에서도 트랜스젠더를 향한 소외가 발생했다. 가족들이 본인이 트랜스젠더라는 알고 있는 경우 ▷모른 체 하거나(56.6%) ▷본인이 원하는 성별 표현을 못하게 하거나(44.0%) ▷언어적 폭력(39.4%) ▷신체적 폭력(9.9%)까지 가하는 일이 있었다. 또 중·고교를 다닌 응답자의 67.0%는 수업 중 교사의 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들었고, 21.3%는 교사로부터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밝혔다.

군복무를 했거나 하고 있는 응답자들은 ▷공동 샤워시설 이용시(58.3%) ▷성소수자 비하 발언·이를 용인하는 문화(54.6%) ▷성별 정체성이 알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52.8%) 등을 겪었다. ▷관심사병으로 분류되거나(29.5%) ▷성희롱 또는 성폭력을 당한 경우(12.4%)까지 있었다.

구직 활동 경험자의 57.1%는 성별 정체성 때문에 구직을 포기했다. 채용이 되더라도 직장에서 ▷용모·말투 등이 남자·여자답지 못하다고 반복적으로 지적(26.6%)당하거나 ▷심지어 동의 없는 커밍아웃(8.9%) ▷성희롱 또는 성폭행(8.2%) 경험이 있는 이들도 있었다. 병원 이용 시 33.1%는 성별 정체성에 맞지 않는 입원실·탈의실을 이용했고, 28.5%는 의료인·직원이 이름·성별이 맞는지 물었으며, 10.7%는 모욕적 발언 또는 불필요한 질문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인권위는 “트랜스젠더는 다양한 영역에서 혐오와 차별을 경험하고 있지만, 인권 보장을 위한 국내의 법, 제도, 정책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전문가, 다양한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