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유튜브 구독자 이벤트! VIP 1:1 무료리딩 및 고급정보 공유 중!”
코스피가 32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증시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톡 채팅방 등을 활용해 개미투자자들의 돈을 갈취하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식 콘텐츠로 유명해진 유명 유튜버들의 사진과 링크까지 도용해, 고급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꼬드기는 채팅방도 부지기수다.
문자와 카톡으로 가짜 투자사이트 유인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주모씨(33)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공범인 홍모씨(33)에게는 징역 10년을 선고하는 등 5명에게 징역 5~12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범행 가담 정도가 덜한 정모씨(34)에 대해선 징역 2년의 집행을 4년간 유예했다.
이들은 2018년부터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베트남 호찌민시의 한 아파트에 사무실을 얻고, 가짜 주식 관련 사이트를 만들어 470명으로부터 38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범죄는 주도면밀했다. 승패 조작이 가능한 그래프게임을 마치 주식지수와 연동된 투자인 것처럼 가장한 사이트를 만들었고, 개인정보 확보, 투자 컨설팅 카페 개설과 관리, 광고 문자 발송 등 역할을 체계적으로 분담했다. 투자금도 대포통장으로 받았다.
대부중개업체를 통해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과 관련된 개인정보를 1개당 20원에 구입해 피해자 유인에 활용했다. ‘200만원 투자 500만원 수익’, ‘월 100만원 투자 500만원 수익’ 등 내용을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로 보냈고, 카카오톡 등에서도 “추천할 종목은 주가연계증권(Equity Linked Securities, ELS) 상품이다. 첫 투자금의 최대 수익 150~200%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등 문구로 피해자들을 꼬드겼다.
투자자들은 해당 주식 프로그램이 가짜인 줄 모른 채, 실제 증권거래소와 연동돼 매매가 이뤄지는 줄 알고 주식을 거래했다. 하지만 사기 일당은 투자금을 고의적으로 잃게 하거나, 마치 수익을 올린 것처럼 꾸민 뒤 투자 예치금 명목으로 돈을 빼돌리는 등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농락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이러한 범죄에 의한 피해도 크게 확산되는 등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톡에는 유명 유튜버 사칭 리딩방 기승
주식투자금 갈취에 대한 처벌 사례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시에 뛰어들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이들을 노리는 사기 역시 줄어들 줄 모른다.
구독자 약 67만명을 보유한 인기 주식 유튜버 ‘김작가TV는 전업투자자, 슈퍼개미, 펀드매니저, 증권사 차장 등을 초청해 다양한 주식 관련 콘텐츠를 게재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유튜브 계정을 개설한 지 약 2년 만에 누적 조회수가 1억회를 웃돈다.
하지만 ‘김작가TV’를 카카오톡에 검색하면 20여 개가 넘는 카카오톡 채널이 검색되고, 저마다 ‘공식계정’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유튜브 계정의 로고와 배경 사진, 링크까지 버젓이 내걸고, 채널명에 ‘사칭주의’라는 문구를 넣어 자신만이 진짜인 것처럼 강조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사칭 계정이다. 유튜버 ‘김작가TV’ 측에 확인한 결과, 그는 카카오톡 채널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김작가TV’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카카오톡 채널은 운영하고 있지도 않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사칭 채널이 있단 얘기를 듣고 콘텐츠와 유튜브 커뮤니티에 주의해달라고 공지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인기 주식 유튜버 ‘슈카월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업, 금융, 주식 등 다양한 경제 이슈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는 구독자수가 116만명에 달하고, 700개가 넘는 영상들의 평균 조회수는 26만3000회에 달한다.
슈카월드 역시 사칭 카카오톡 채널이 존재한다. 한 사칭 계정은 ‘슈카월드’ 유튜버의 얼굴까지 메인사진에 도용해 “매매기법, 실시간차트, 종목분석을 공유한다”고 적고 있다. 자신이 공식 계정이라며 마찬가지로 얼굴을 내건 또 다른 채널은 “5차 회원 모집한다. 계좌 수익률 350%까지 무료 체험 진행한다”며 “단톡방(단체카톡방)보다는 1:1로 수익 및 복구 케어해드릴 수 있는 15명을 꼽아 무료로 진행하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사칭 채널이다.
사칭 채널 삭제돼도 좀비처럼 부활
카카오톡 채널은 지난 2011년 기업 비즈니스 및 마케팅 등을 위해 출시된 오픈 플랫폼이다. 카카오톡 비즈니스 계정을 만들면 누구나 개설할 수 있도록 신고제로 운영된다. 사업자 번호 등을 통해 공식 인증채널로 등록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혹된 투자자들은 인증과 비인증 여부를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사칭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카카오 측은 운영정책에 “‘채널 이름’과 ‘검색용 아이디’는 다른 단체나 개인이 권리를 보유한 브랜드 등을 도용하거나 기업, 단체, 인물 등을 사칭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인증을 걸치지 않은 채널과의 대화창에서는 ‘금전 요구 메시지를 받으면 주의하라’는 안내 문구를 게시하고 있다. 신고제도도 운영해, 실제 도용이 확인되면 삭제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채널이 삭제돼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똑같은 채널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이에 최소한의 사전 검증이 필요하단 주장도 나온다. 유튜버 ‘김작가TV’는 “카카오 측에서 구독자가 몇십만을 넘는 채널에 대해서는 실제 채널 운영자의 전화 등 인증절차를 거친 후에 허가를 내줬으면 좋겠다”며 “금전적 요인이 엮여있기 때문에 돈을 노리는 사칭업체는 계속해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