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들의 병기창-발터 벤야민의 문제의식/문광훈 지음/한길사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출판사 한길사는 독문학자 문광훈의 발터 벤야민 연구서 ‘가면들의 병기창’을 이렇게 소개한다. 문광훈은 일찍부터 벤야민 사유의 가공할 만한 폭발력에 관심을 가진 학자다. 문광훈은 벤야민이 쓴 네 권의 저서, 500편이 넘는 논문과 논설, 서평, 소책자, 정치적 선전문구, 플래카드, 포스터 등을 모두 찾아 읽었다. 벤야민이 남긴 ‘잡다한 무더기’ 속에는 “거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는 게 문광훈의 지론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문광훈은 벤야민 사상의 다양한 주제에 따른 대표적인 연구자의 저술, 특히 독일어권 저작을 최대한 모두 살폈다고 했다. 이러한 기초적인 작업에만 삼사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것이 ‘수집’의 과정이었다면 ‘집필’은 재구성이었을 것이다. 벤야민의 글과 사유를 현재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 “역사, 정치경제, 법, 신학, 예술, 기술, 매체, 번역, 문화 등 벤야민 사상의 여러 면모는 ‘가면들의 병기창’ 속에 별무리처럼 정확하고 아름답게 ‘배치’되고 구조화된다”고 출판사는 설명했다. 문광훈은 ‘가면들의 병기창’에 6년간을 매달렸다.
최근 출간된 ‘가면들의 병기창’은 발터 벤야민의 저작과 사유에 대한 연구를 담은 1104쪽의 방대한 저작이다. 발터 벤야민의 저작과 사유에 접근하고, 탐색하며, 돌파해가는 이 책은 다만 대상에 대한 소개나 설명, 혹은 주석이 아니라 ‘재구성’이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가진다. 재구성이란 ‘지금, 여기’서 발터 벤야민의 사유을 읽어내는 일이다. 즉 발터 벤야민의 ‘현재성’을 규명하고 한국의 문화적ㆍ문학적 지형에서의 독해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저자에 따르면 벤야민에서 ‘읽기’는 단순한 텍스트 독해가 아니라 세계의 질서를 뒤흔드는 과정이며, ‘쓰기’는 균열이 생긴 질서에 쐐기를 박는 실천적 개입이다. 그것은 곧 ‘다른 삶의 양식’에 대한 지향이다.
저자 문광훈은 “근대성/현대성/현재성을 문제시하는 벤야민의 글쓰기는 지배적 공식문화에 대한 안티테제로 그치지 않는다. 지배질서와는 다른 삶의 양식이 가능하다는 것, 나아가 그런 삶을 실제로 살아갈 수 있음을 희구한다”고 썼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역사의 유래와 오늘의 사회’에서는 상품 소비 사회와 도시 체험, 자본주의에 대한 벤야민의 사유를 탐색한다. 2부 ‘정치경제와 법, 신학’에서는 “벤야민 문제의식의 중심부에는 문화예술이나 미학이 아니라 정치가 놓여 있었다”는 저자의 시각을 바탕으로 벤야민의 자본주의 비판을 다룬다.
3부 ‘예술의 소송과 삶의 구제’에선 세상과 대결하기 위한 무기로서의 예술, 통합되고 균질적인 세계관으로 구성된 세상의 단단한 질서를 무너뜨리는 방법으로서의 알레고리를 고찰한다. 4부 ‘기술ㆍ매체ㆍ번역ㆍ문화’에선 벤야민의 매체이론과 문화론을 소개한다.
저자 문광훈은 고대 독문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충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