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미국 뉴욕과 뉴저지, 일리노이주 등 일부 지역이 서아프리카 지역 에볼라바이러스 환자와 접촉하고 귀국한 이들을 ‘무조건’ 21일 동안 의무적으로 격리하겠다고 밝혀,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며 논란이 거세졌다.
백악관은 과도한 조치라며 주정부에 압력을 넣었고 뉴저지주가 격리했던 간호사 케이시 히콕스가 소송 의사를 밝히자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 주지사는 퇴원조치 시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뉴저지주는 여전히 의무격리 방침을 고수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새로운 지침을 설정하고 자발적인 ‘자가격리’를 권고했다.
▶무작정 격리, 생명윤리학자들의 견해는=미국 NBC방송은 27일(현지시간) 생명윤리학자들의 견해를 인용해 에볼라 환자 접촉 대상자들에 대한 무조건 격리가 결코 올바른 생각이 아니라는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가장 근본적인 비판은 ‘어떤 증상도 보이지 않는 이들을 격리시키는 것은 비과학적인 생각’이라는 것이다. 징후도 보이지 않는 이를 에볼라 감염 환자인 양 격리시키는 것은 논리에 어긋난다.
강제로 격리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징후가 보이지 않는 이에게 격리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학이 뒷받침되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면 강제적 격리는 법정싸움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있다.
강력한 격리 조치가 이어진다면 대상자가 크게 늘어난다. 더군다나 대규모 격리는 지금껏 고려되지 않았던 사항이었다. 또 대규모 격리가 현실화되면 벨뷰나 에모리대 병원같은 에볼라 환자를 치료한 큰 병원의 경우 3주 간 의료진이 대량으로 격리되게 된다. 이럴 경우 대체인원이 또 필요하게 된다.
서아프리카 의료활동도 문제가 된다. NBC는 귀국 후 3주 간 격리된다는 것을 안다면 누가 서아프리카 지역 의료활동을 지원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가장 최악의 영향은 국민 정서를 불안케하고 정부의 대응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정부가 스스로 격리조치를 강화시키면 국민들은 에볼라 공포를 더욱 절감하게 된다. 더불어 공공보건, 의료체계, 과학,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수도 있다.
▶CDC 자가격리 권고=CDC는 에볼라 감염 고위험군에 대한 자발적인 자가격리를 권고하는 새 지침을 발표하고 스스로 격리조치를 한 뒤 감염여부를 관찰하도록 했다고 27일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CDC 권고안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국에서 환자를 치료하며 주사바늘에 찔렸거나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를 돌봤을 경우 감염위험이 높은 것으로 판단,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또 에볼라 발병국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귀국한 의료진은 ‘어느 정도의 위험’(some risk)이 있는 대상으로 분류하고, 미국 내 의료시설에서 에볼라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은 ‘약간’(low but non-zero) 감염이 있는 것으로 판단, 보건당국이 감염 증세가 나타나는지를 관찰하기로 했다.
톰 프리든 CDC 소장은 “주정부가 더 강력한 조치를 원하면 이는 주정부의 권한”이라면서도 “이번 CDC의 새 지침은 합리적인 과학적 판단에 따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CDC의 이같은 방침 권고는 주정부의 무조건 격리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21일간 의무격리 조치가 에볼라 확산을 방지하기기보다 자원봉사 의료진을 위축시켜 아프리카 현지의 에볼라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