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월 저점 대비 두 배 뛰어
무명 조연 개미들이 쓴 각본없는 드라마
유동성·펀더멘털 탄탄
코스피 지수 3000 기대감 고조
위기와 반전이 가득한,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주연은 무명의 설움을 참아온 ‘개미’(개인투자자)였고,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2020년 한 해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총평이다.
올해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많은 이벤트와 기록이 쏟아졌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올해 주식시장을 두고 훗날 교과서에 실릴 ‘역사적 전환기’라 평하기까지 한다.
올해 증시의 주인공은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을 이끈 개인투자자들이다. 개미들은 코로나19 직격탄에 지난 3월 1450포인트까지 급전직하한 코스피를 2800포인트까지 들어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박스피(박스권 장세의 코스피)’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코스피를 ‘고(高)스피’로 변모시켰다.
개미들의 거침 없는 기세에 시장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까지도 절정의 에너지를 이어갔다. 지난 29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시가총액 1위의 대장주 삼성전자는 ‘8만 전자’를 터치했다.
증시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이 사상 최대에 달했고, 초저금리를 기반으로 한 레버리지 투자 지표인 신용융자잔고도 20조원에 육박한다. 한층 강해진 체력을 바탕으로 한국 증시는 외국인의 매수·매도에 휘청이는 천수답 증시 신세를 벗어났다.
개미들의 활동 영역은 전방위로 넓어졌다. 공모주 시장이 달아올랐고, 바다 건너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다. 시장이 과열되면서 ‘따상(상장 당일 주가가 시초가의 두 배를 형성한 뒤 상한가 도달)’,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 내 투자)’ 등의 용어가 난무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의 공격적 베팅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폭넓어진 정보취사 능력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세운 개미들의 과감한 행보가 쉽사리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개인들은 29일 배당락 장세에서도 무려 2조5000억원 가량의 주식들을 쓸어담으며 기관과 외국인들을 압도했다.
한국 뿐 아니라 신고가 랠리를 벌이는 글로벌 증시를 두고도 ‘버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과다하게 풀린 돈의 힘이 당분간 증시를 떠받칠 것이란 전망이 더 우세하다.
코스피도 대망의 ‘3000 시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거대한 유동성과 반도체·2차전지·바이오·소재·가전 등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코스피를 이끄는 쌍두마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각종 지표를 보면 증시는 버블 국면에 진입한 게 맞다”면서도 “재정 확장, 기업실적 개선, 외국인 유입 등을 고려하면 지수 레벨은 지금보다 위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순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