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의 이름이 ‘생활금융’으로 바뀔 뻔한 적이 있었다. 대부금융협회는 2018년 대부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기 위해 개명을 추진했고, 시민 공모를 거쳐 ‘생활금융’을 선정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이 대부업 이용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받아들이질 않았다.
대부업이 이름을 바꾸려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불법 사채업자(공식 명칭 ‘미등록 대부업자’)와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어서다. 대부업은 금융 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고 법정최고금리를 지키면서 합법적으로 영업하고 있는데, 불법 사채업자는 그렇지 않다. 요즘도 이따금 ‘연 3000% 고금리 사채업자 적발’ 하는 식으로 보도되는 것은 대부분 불법 사채업자인데, 도매금으로 오해를 산다는 불만이다.
당국도 결국 대부업의 억울함을 인정해줬다. 불법 사채업자의 공식 명칭을 ‘미등록 대부업자’에서 ‘불법 사금융업자’로 바꿔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이 통과됐고, 2021년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름이 바뀌는 것은 하나의 상징일 뿐이다. 2021년은 대부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 개혁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우선 대부업법은 불법 사채업자의 뿌리를 뽑기 위해 연 6%가 넘는 이자를 받지 못하게 했다. 현재는 법정최고금리(연 24%)까지는 받을 수 있게 보장해줬는데 그만큼도 못 받게 하는 것이다. 6% 넘게 받았다가 걸리면 모두 되돌려줘야 한다. 국가는 피해자가 돌려받을 수 있게 무료로 변호사까지 지원한다. 벌금도 최고 1억원으로 상향했기 때문에 불법 사채업으로 남는 이익이 없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말 그대로 걸리면 망한다”고 말했다. 불법 사채업을 하는 대신에 관계기관에 등록해 합법적으로 영업하라는 취지다.
등록 대부업자가 받을 수 있는 금리도 낮아진다. 법정최고금리를 내년 7월부터 20%로 낮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과도하게 대출 상품을 팔거나 지나친 빚 독촉을 하는 것도 제한된다. 현재 입법 진행 중인 ‘소비자신용법’은 채무자가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금융사에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했다. 또 채무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주일에 7번 이상 추심 연락이 금지되고 특정한 시간과 장소는 피해 연락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한다. 또 내년 3월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대부업체에도 적용하게 돼 대출상품을 판매할 경우 설명 의무 등 판매원칙을 준수하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대부업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대부업 시장은 대출 잔액이나 이용자 수 측면에서 2018년을 정점으로 계속해서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대부업의 이미지가 개선된다면 소비자의 저변이 넓어지고 은행으로부터 싼값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는 등 체질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내년이 소설 ‘베니스 상인’ 속 샤일록 이미지를 씻어낼 원년이 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