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마스크 탓 영상통화로 수어 통역해야
노인, 요양센터·집에만 머물러…건강 악화되기도
청각장애인-수어통역사·노인-요양보호사 서로에게 감사한 존재
“방역수칙 더 잘 지킬 수 있개 됐다” “격려 말씀에 더 고마움 느껴”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마스크 착용하기, 대면 만남 줄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상에 자리잡은 방역 수칙들이지만 장애인과 노인에게는 ‘거리두기’를 넘어 자칫 ‘단절’될 수 있는 방식이다. 장애인과 노인에게 올 한 해 사회 연결고리가 돼 준 이들이 바로 수어통역사와 요양보호사다.
▶청각장애인, “신분증 주세요” 간단한 말도 알아들을 수 없어=주민센터, 마트 등 일상 속 웬만한 의사소통은 구화(口話)를 읽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던 농인들에게 마스크는 장벽으로 다가왔다.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양천구수어통역센터에서 만난 구선아 과장은 “마스크를 써서 ‘신분증 주세요’, ‘5700원입니다’ 이런 말들도 알아들을 수 없어 사소한 업무에도 수어 통역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통이 가로막혔지만 수어통역을 지원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서울 내 25개 수어통역센터 대부분 코로나19로 운영이 중단됐다. 양천구수어통역센터의 수어통역사들도 출입국사무소, 대형병원, 법원 등 ‘긴급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재택근무하며 영상통화로 통역 지원을 하고 있다. 구 과장은 “화장실에 가다가도 전화를 받고 한밤중에도 뛰어나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인, 요양센터·집에만 있다가 건강 악화도=요양센터에 머무는 노인들도 가족들과 ‘생이별’을 겪어야만 했다. 경기도 소재 한 장기요양센터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조모(47)씨는 “1년 내내 얼굴도 못 본 분들이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설 연휴 이후로 대면 면회가 불가능했고 유리 칸막이를 앞에 두고 만나는 비대면 면회도 하루에 4~5명으로 제한됐다. 조 씨 등 요양센터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어르신들과 가족 영상통화를 할 수 있도록 도울 수밖에 없었다.
서울 동작구 소재 데이케어(주간노인보호)센터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정찬미 씨는 코로나19로 며칠 만에 돌아오는 어르신들이 식사나 거동이 불편해지는 등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를 목격했다. 정씨는 “직장 생활하고 돌아온 가족들이 어르신들에게 몇 번씩 반복해서 말해주고 돌봐주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며 “어르신들이 데이케어센터에 나오는 게 ‘소통’”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소재 데이케어센터에서 일하는 한모(58) 씨 역시 “통풍에 망상 증세를 보이던 어르신이 코로나19로 환자 수를 줄이며 가족요양 대상자로 분류됐다”며 “간호사 선생님이 어르신 상태 확인 차 전화하면 보호자도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소통 ‘연결고리’이자 대상…서로에게 ‘고마워’”=코로나19로 노인과 요양보호사, 농인과 수어통역사는 서로에게 더욱 감사하게 됐다. 요양보호사인 정 씨도 “코로나19로 감사한 분들에 우리 센터 어르신들도 포함된다”며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버텨 주셔서 저희가 계속 일할 수 있고 어르신들 돌보기 위해 저희도 방역 수칙 잘 지키며 건강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외출이 어려워진 농인들에게 수어통역사는 소통 채널이자 대상 그 자체다. 구 과장은 “가끔씩 ‘바느질하다가 갑자기 이런 일이 생각났는데’라며 사소한 대화를 걸어오기도 하신다. 그러면 저도 심심하셨겠구나 생각하며 맞장구를 쳐 드린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피해가 속에서도 이들은 더욱 끈끈해졌다. 간호조무사 조 씨가 근무하던 장기요양센터도 한때 십수 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한 달 가까이 일부 층이 코호트 격리되기도 했다. 조 씨는 “돌보던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 가족들이 원망 않고 오히려 나를 걱정해 주더라”며 “힘내라고 격려해주는 분들이 많아 오히려 감사하다”며 울먹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