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방송연기자노조, 출연계약 관행 실태조사

출연수입 2015년 이후 4년째 감소·양극화 심화

서면계약 절반에 그쳐, 온라인쪽은 구두 계약관행

아동·청소년 배우 67% “밤 10시 이후 촬영경험”

방송연기자노동조합 농성 장면. [연합뉴스]
방송연기자노동조합 농성 장면.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국내 연기자 10명 중 8명은 연 1000만 원 미만의 출연료를 받고 있고, 10명 중 6명 가량은 생계를 위해 부업을 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함께 방송 연기자들의 출연계약, 보수지급거래에 관한 실태조사를 28일 발표했다. 조사는 방송연기자 560명 대상 설문조사와 연기자노동조합원 4968명을 대상으로 한 수입조사를 병행했다.

먼저 연기자노동조합원 4968명의 출연 수입을 보면 2015년 평균 2812만 3000원에서 ▷2016년 2623만 8000원 ▷2017년 2301만 1000원 ▷2018년 2094만 3000원 ▷2019년 1988만 2000원 등으로 4년 연속 감소세다.

10명 중 8명(79.4%)이 연소득 1000만원 미만으로 조사됐다. 1억 원을 넘는 경우는 4.8%에 불과했다. 출연료 1억 원 이상이 전체출연료 지급분의 70.1%를 차지, 양극화가 심각했다.

노조원 출연수입 분석 외 방송연기자(560명)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529명의 연 평균 출연료 수입은 1997만원이었고, 연기자 외 다른 일자리를 병행한다는 사람도 전체의 58.2%로 절반을 넘었다. 다른 일자리를 병행하는 이유는 생계비 보전이 78.5%로 가장 많았고, 추가적 수입(9.5%), 진로변경(2.8%) 등이 뒤를 이었다.

출연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도 2명 중 1명에 그쳤다. 조사 대상 560명이 출연한 1030개 프로그램에 대한 ‘계약 관련 조사 결과’ 49.4%는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29%는 구두계약, 21.6%는 등급확인서(방송사가 1~18등급으로 연기자 경력‧등급 평가) 등 다른 문서로 갈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 상 서면계약체결은 의무화 돼 있고 위반 시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출연자의 서면계약은 42%로 낮았다. 46.9%가 구두계약으로 참여했다.

부당한 대우를 겪은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일명 ‘쪽대본’으로 불리는 촬영 직전에 대본을 받은 경험이 33.4%나 됐으며, 차기 출연을 약속하며 출연료를 삭감(27.1%)하거나, 야외비나 식대 미지급(21.8%), 18시간 이상 연속촬영(17.9%), 편집 등 이유로 출연료 삭감(12.5%), 계약조건과 다른 활동 강요(10.5%) 등 불공정한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청소년 배우의 경우 서면계약서 작성이 성인(50.9%)의 경우보다 한참 못미치는 30.7% 수준이었다. 아동·청소년의 66.7%는 밤 10시 이후 야간촬영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야간 촬영 전 ‘대체로 동의를 구하고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43.3%였고,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가 30%, ‘동의를 구할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가 26.7%였다.

62.2%는 성인 연기자와 비교해 출연료 차별을 받았다고 답했다. 현장에서 부당, 차별 대우, 인권침해를 당한 경우는 ▷그냥 참고 넘어간다(60.5%)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소속사와 상의해 대응(37.2%) ▷보호자와 상의해 대응(30.2%) 순이었다.

82.2%는 연기학원을 다니고 있었으며, 지난해 촬영을 이유로 한 결석일은 1인 평균 14.4일, 조퇴일은 4.7일로 조사됐다.

한편 조사 대상 560명의 직군은 배우가 72.0%로 가장 많았고, 성우(10.2%), 코미디언(9.6%), 무술연기(8.2%) 순 이었다. 연령별로는 성인 연기자가 92.0%, 아동·청소년 연기자 8.0%다. 출연 매체로는 85.9%는 방송이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over the top) 등 인터넷플랫폼이 14.1%다.

서성만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은 “열악한 여건과 불공정한 관행으로 인한 연기자들의 창작의욕 저하는 대중문화산업 위축으로까지 이어 질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문화산업 성장을 위해 방송사, 외주제작사, 국회, 유관부서 등과 협업해 개선방안을 도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시는 아울러 피해구제, 법률서식 작성 등을 무료로 지원하는 ‘문화예술 불공정상담센터’를 통한 방송 연기자 지원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