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카드 종류 수년째 그대로

국회·당국 개선책 나오지 않아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시각장애인들의 금융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점자 카드'의 원활한 발급이 몇 년째 지지부진이다. 현재 카드사에서 취급하는 수십여개 카드 중 점자로 발급이 가능한 카드는 각 카드사별로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시각장애인협회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개선해줄 것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관철되지 않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계획에 점자 신용카드 발급 요건 개선 등을 포함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방향성만 가지고 업무계획에 넣은 사안"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안은 협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점자 카드는 카드 번호, 유효기간 등 일반 카드에 보이는 숫자들을 점자로 새겨 시각장애인들의 카드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금융위는 올초 금융소비자 취약계층 보호 차원에서 점자 신용카드, 점자 통장, 상품설명서 음성전환, 음성 OTP 성능 개선 등을 언급하고 일부는 개선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점자 카드 발급은 슬그머니 뒷전이 됐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중증 시각장애인 요청할 경우 시각장애인용 점자 카드를 발급해줘야 한다'는 조항을 삽입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세간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금융당국과 국회가 제도 개선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카드사 입장에서도 점자 카드 발급을 확대해야 하는 유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의 카드사는 몇 년째 점자 카드로 발급이 가능한 상품 라인업이 동일하다.

국내 7개 전업 카드사 중 KB국민카드만 전 상품을 점자 카드로 발급받을 수 있다. 다른 카드사의 경우 점자로 즉시 발급 가능한 카드 종류가 제한돼있다. 우리카드가 7종, 하나카드 4종, 신한·롯데카드 3종, 삼성·현대카드는 각 2종 등이다.

시각장애인협회에서도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개선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점자 카드 종류를 확대해달라고 금융당국에 해마다 요청 중"이라며 "관련 업무 담당자가 자주 교체되면서 똑같은 고충을 매번 다른 이에게 이야기 하는 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소비자 이권을 다루는 업무의 경우 정책 연속성 차원에서라도 담당자가 적정 기간은 머물러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올해 카드사별 점자 카드 상품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챙겨볼 예정"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