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량 100만달러서 5000만달러 확대 목표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호주와 중국의 무역분쟁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최근 중국이 호주석 석탄 수입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러시아가 어부지리를 노리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러시아가 중국에 석탄 수출 물량을 기존보다 최대 50배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7일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극동 사하(야쿠티야)공화국에서 유연탄광 개발을 추진하는 엘가우골사가 중국에 석탄을 홍보하기 위해 중국의 한 해운회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 합작회사는 상하이에 본사를 두고, 중국 시장에 사하공화국 유연탄광인 엘긴스키 탄전의 석탄을 홍보하고 수입, 통관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엘가우골은 이 합작회사를 통해 대중국 석탄 수출 물량을 2023년까지 연간 3000만t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에는 대중국 공급 물량을 연간 5000만t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이 회사의 대중국 석탄 수출 물량은 100만t이다. 앞으로 수출 물량을 30~50배 늘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셈이다.
알렉산드르 이사예프 엘가우골 대표는 "엘긴스키 탄전의 '코킹콜'(제철용 원료탄) 공급이 비슷한 품질을 가진 호주나 미국산의 상당량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발표는 호주와 중국의 통상 마찰이 심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러시아 일간지인 코메르산트는 자국 석탄개발업체들이 세계 최대 석탄시장인 중국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러시아의 석탄·제철기업인 '메첼' 역시 대중국 수출량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케메로보주 쿠즈바스 탄광 지대 등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석탄 수출국으로 꼽힌다. 광활한 대지에 묻힌 지하자원이 많아 한때 우리 정부의 '자원외교' 추진 당시에도 큰 관심을 받았다.
호주는 수출의 3분의 1을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호주와 중국은 통상적으로 밀월 관계를 이어오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파경을 맞았다. 호주가 지난 4월 코로나19 발원지와 확산 경로에 대해 국제적인 독립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중국이 강력 반발하며 통상 전쟁으로 번진 것이다.
중국은 호주산 쇠고기 수입에 규제를 가하더니 뒤이어 호주산 보리와 와인에도 잇따라 천문학적 수준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양국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보리의 경우 중국 당국은 지난 5월 호주산 보리가 지나치게 싼 가격으로 수입되고 있다며 80%가 넘는 고율의 반덤핑 관세 및 반보조금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 정부가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는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가 나오면서 호중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고 있다.
호주에서 석탄은 수익성이 높은 수출 품목으로, 호주는 지난 2년간 중국에 매년 140억호주달러(약 11.5조원) 상당의 석탄을 수출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철광석과 천연가스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물량이다. 호주 입장에서는 석탄 수출마저 막힐 경우, 경제적으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
호주는 전날 중국이 호주산 보리에 높은 반덤핑 과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며 첫 반격에 나섰다. 또한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WTO와 자유무역협정(FTA) 규정 위반이라며 대응할 계획이다.
중국 당국은 호주 정부의 WTO 제소 방침에 강력히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호주는 성심을 다해 중국의 우려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또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고, 중국 기업을 향한 차별적인 조치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왕 대변인은 호주산 보리 등에 중국이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 "호주는 중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조치를 했고, 이는 국제관례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왕 대변인은 지난 15일에도 중국이 호주산 석탄을 금지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중국 주관 부문은 법에 따라 호주산 제품에 대해 관련 조치를 하고 있다"며 제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