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 글로벌 안전통화
자금 몰리자 시장개입
대미흑자 규모도 커져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스위스가 사상 처음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환율 조작국에 지정됐다. 스위스 정부는 ‘부당한 의도’로 환율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스위스프랑 가치 조정을 위해 사실상 외환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고 있음은 인정했다.
미 재무부는 16일(현지시간)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환율보고서)를 발표하고 스위스를 베트남과 함께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미 정부의 환율 조작국 지정은 ▷200억 달러를 초과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넘는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2%를 넘는 외환 시장 개입 등 세가지 요건에 따른다.
앞서 외환시장에선 스위스가 위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만큼 환율 조작국 지정을 예상해왔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올해 스위스 프랑 절상을 둔화 시키기 위해 대대적 개입에 나섰다. 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에 의한 안전자산 선호로 스위스 프랑 값이 올라가자, 900억 스위스프랑을 투입해 값을 낮췄다. 스위스의 2018년 기준 GDP는 6227억 스위스프랑이다. GDP 대비 약 14%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환 개입이 있었던 셈이다.
미 재무부 보고서는 “자국 통화 가치가 상승하자 스위스 정부는 예전 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말했다. 스위스의 최근 12개월 간 경상수지 흑자는 1780억 스위스프랑으로, GDP 대비 3%를 훌쩍 넘겼다.
스위스 국립은행(SNB)은 성명을 통해 “경제 상황과 스위스 프랑이 여전히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외환 시장에 더 강력하게 개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국제 수지에 영향을 주거나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스위스 프랑화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통화 자산 중 하나로 꼽힌다. 경제 위기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 투자 수요가 늘어 가치가 높아진다. 중립국으로서 정치적 안정성과 은행의 비밀 준수 의무 등으로 전 세계 주요 자금 유입 경로 중 하나인 스위스는 스위스 프랑화 고평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외환 개입에 나서왔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은 해당국에 시정을 요구하고, 1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등 제재에 나설 수 있다. 스위스 정부는 경제 상황과 통화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미국 당국과 접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