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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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처음에는 그저 조두순(68)의 집주인이 ‘대중에게 호소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조두순 주변 동네 사람들만큼이나, 조두순이 세 들어 사는 다가구주택의 집주인 역시 가슴이 답답할 것 같았다.

거처를 확인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조두순이 거주하는 다가구주택의 주인’이 사는 아파트 입구로 향했다. 건물 입구을 막아선 닫힌 유리문을 확인하고 한 발 떨어져 기다린 지 5분이 지났을까. 파란 점퍼를 입은 키 160㎝ 정도의 왜소한 할아버지 한 분이 유리문 쪽으로 걸어왔다. 10m 뒤로 멀찍이 떨어진 할머니를 바라보며 오라고 흔드는 손짓에, 닫혀 있던 유리문이 순식간에 열렸고, 기자는 열린 그 문을 빠르게 지나쳐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직행했다.

그런데 웬일이었을까. 갑자기 그 할아버지가 유리문 주변에서 기자를 몇 초간 바라보더니, 밖으로 되돌아 나갔다.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지만, 별일 아니려니 생각했다. 조두순 집 주인이 거처하는 곳에 도착, 초인종을 2번 눌렀다. 그러나 대답하는 이도, 인기척도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핸드폰을 켠 채 다음 이동 장소를 검색하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열리더니 지역 지구대 경찰관 2명이 기자를 막아서기 시작했다. 대뜸 신원도 물었다. 그런데 그 순간 더 놀라웠던 것은, 아까 기자와 마주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조두순네 주인이 사는 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 아닌가.

지구대 경찰관들이 말했다. “왜 왔느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벌벌 떨면서, 같이 가자고 하시더라. 돌아가시라.” 처음엔 기자도 당황했지만, 자초지종을 더 듣고 싶은 마음에 경찰관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경찰에 따르면 휴일인 지난 13일에도 노부부 신고에 지구대 경찰관들이 출동했다고 한다. 이틀 새 벌써 두 번째 출동이란 것이다. 조두순이 출소한 이후 서울에 있는 노부부 집까지 찾아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는 모르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었다고 했다.

젊고 사나운 애들이 조두순을 죽이겠다고 경기 안산까지 찾아와 협박하는 세상에서, 왜소한 체구의 할아버지·할머니가 자기도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경찰을 부른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두려웠으면, 유리문 입구에서부터 낯선 사람을 의심하고 경찰부터 찾을 생각을 했을까.

집주인이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모른 채 진행된, 사려 깊지 못했던 취재에 사과드린다.

김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