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국가들 “법치주의 조건 삽입은 당연”
“EU 전체 경제 위기 직면할 것”…합의 지연에 우려도 커져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의 80시간 마라톤협상 끝에 조성에 합의한 7500억유로(약 985조원)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의 공식 출범이 ‘법치주의 준수’ 조항이란 암초에 부딪혔다.
16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헝가리와 폴란드는 법치주의 준수와 EU 회복기금 지원을 연계하는 조항에 대해 반발하며 EU 예산 승인을 차단했다.
올해 하반기 EU 의장국인 독일의 주도로 법치주의를 준수하는 조건으로 EU 회복기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조항 통과에 나섰지만, 폴란드와 헝가리가 해당안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이에 따라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한 EU 회복기금과 2021~2027년 EU 장기 예산안은 통과에 실패했다.
앞서 헝가리와 폴란드는 법치주의 준수가 지원 조건이 될 경우 “기금 계획 전체를 거부하겠다”며 반발해왔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측 대변인은 “법치주의 준수를 예산 결정과 결부한 현재 형태의 계획을 결코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지난주부터 EU 기금 계획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공언해왔고, 이날 즈비그뉴 지오브로 폴란드 법무장관도 “법치주의 준수는 구실일 뿐”이라며 “제도적이고 정치적인 주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유럽 국가들은 EU 회복기금의 규모가 큰 만큼 법치주의 조건을 삽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란 입장을 재확인했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법치 원칙을 지키는 것은 EU 회원국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원칙”이라고 말했고, 루도비치 오르반 총리도 “정의롭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EU 회복기금이 지출되도록 하는 중요한 보호 장치”라고 강조했다.
EU 회복기금이 합의에 이른지 넉달이 지나도록 공식 출범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마이클 클라우스 EU 독일 대사는 “금융 패키지가 빨리 채택되지 못하면 EU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요하네스 한 EU 예산담당 집행위원은 “이것은 이념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에 처한 우리 시민들을 위한 도움에 관한 것”이라며 “정치적 책임을 인정하고 전체 계획을 확정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