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1심 징역형→2심 무죄…“민주당 후보 특정 안돼”
컴퓨터 업무방해, 일부 무죄 인정에도 징역 2년 유지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포털사이트에서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경수(53) 경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가지 혐의 중 공직선거법 위반은 1심을 뒤집고 무죄를 받았지만, 여론 조작 혐의 주요 부분에 유죄가 유지되면서 1심에 비해 형량만 줄어들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함상훈)는 6일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의 항소심에서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는 1심과 같이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다만 김 지사가 공직에 있는데다가 공판에 성실히 참여하는 등 도주하거나 증거인멸할 우려가 전혀 없고, 각각의 혐의에 일부 무죄 및 전부 무죄 선고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보석 취소까지 할 것은 아니라 보고 법정구속 하지 않았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김 지사는 직을 박탈당하고, 피선거권도 제한돼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한 게 맞지만… 후보자 특정 안돼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1심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 부분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다. 1심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과 달리 전부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 씨에게 2018년 6·13지방선거까지 댓글 순위 조작 작업 등을 도와주도록 하는 대가로 김씨 측근인 도모 변호사를 일본 센다이 총영사 직을 제안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이 부분과 관련해 “당시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허익범 특별검사 측이 ‘선거운동 관련 모든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유리한 행위를 해달라고 한 정도로는 유죄가 되기 어렵다”며 “지방선거와 관련해 도 변호사에게 센다이 총영사를 제안했다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킹크랩 시연회’ 참석 명백… 업무방해 유죄
반면 여론 조작 관련 혐의는 핵심 쟁점이던 2016년 11월9일 킹크랩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석했다고 판단하고, 김 지사가 김씨 일당의 킹크랩 이용 댓글 순위 조작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면서 1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김 지사는 김씨 및 그와 함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으로 활동한 이들과 공모해 2016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네이버, 다음, 네이트에 나온 약 7만6000여개 기사에 달린 댓글 118만여개에 총 8840여만회의 공감·비공감 또는 추천·반대 클릭 신호를 보내 포털사이트의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을 받는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했을 당시, 김 지사에게 브리핑 했던 온라인 정보보고라는 문서가 존재하고, 그중 특히 ‘극비’ 부분에 킹크랩의 기능, 개발 현황, 최종 목표 성능 치 등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611 온라인 정보보고’라는 이름의 문건에 김씨 측이 김 지사에게 ‘온라인 여론이 문재인 전 대표에게 불리하게 조성 내지 조작될 위험성을 알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댓글 순위 조작을 위한 킹크랩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브리핑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지사가 머무르던 중 킹크랩 프로토타입이 구동한 로그기록이 존재해 시연이 있었음이 분명하다”며 “김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을 떠난 후 같은 달 20일 킹크랩 개발자들 사이에서 의견 교환을 위해 작성된 문서에 ‘김 지사에게 킹크랩 기능을 보고했다’는 기재가 있다. 김 지사에게 전송된 온라인 정보보고에 ‘킹크랩 완성도는 98%’라고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김 지사가 김씨로 하여금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그 범행 결의를 유지·강화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는 ▷김 지사가 직접 김씨에게 기사 URL을 전송한 점 ▷일반적 지지단체와 달리 김씨와 1년6개월 넘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점 ▷김씨 인사 추천 요구에 응한 점을 들었다.
다만 재판부는 이른바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댓글 작업의 경우 김 지사의 공모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봤다.
“민주사회 공정한 여론형성 중요,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 해서는 안될 일”
재판부는 선거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봤지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사실은 인정했다. 법리적으로 무죄를 선고했을 뿐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본질이 뭐라는 것은 김 지사가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며 “민주사회에서 공정한 여론 형성은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것을 조작하는 행위를 한 것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킹크랩이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런 조직적인 댓글부대 활동을 용인한다는 것은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고, 누구도 우리 사회에서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