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빈 사무실. 하지만 컴퓨터는 켜져 있고 에어컨은 돌아간다. 당연히 조명도 켜져 있다. 아마 일반적인 사무실 분위기일 것이다. ‘기술을 활용해 이렇게 낭비되는 에너지를 방지할 수는 없을까’라고 생각하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개발한 이들이 있다. 놀랍게도 학생들이다. 더욱 놀라운 건 한국의 학생들이라는 점. 바로 부산컴퓨터과학고등학교 학생들 얘기다.
지난해 6월 이들은 빈 컴퓨터실에서 각종 기기가 켜져 있는 것을 보고 학교를 돌아보니 무려 30개의 교실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 PC와 웹캠을 컴퓨터 비전 등 분석 소프트웨어와 결합해 교실에 있는 사람 수를 계산하고 전원 공급장치를 켜거나 끄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7개월 만에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현재 학교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향후 전국 1만여곳 교실에 보급하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하이테크 분야나 헬스케어·자동차·항공우주공학 등과 같은 첨단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과 앱을 발전시키는 데 기술 역량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링크드인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이어 두 번째로 수요가 높은 기술 역량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불행히도 실제 활용 가능한 전문가는 그리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에 있는 AI 전문가는 약 30만명이지만 정작 필요한 인력은 수백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와 같은 거대 담론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라이프핵(life hack)’이라고 하는, 소소하지만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기술이 더욱더 와 닿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이나 머신러닝과 같은 고급 기술의 보편화가 더욱 진전돼야 한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인텔은 인공지능 교육 커리큘럼인 ‘미래 세대를 위한 인텔 인공지능(Intel AI for Youth)’ 프로그램을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오는 2030년까지 3000만명 이상의 인력에게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에 관한 커리큘럼과 리소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15개 학교에서 정규 수업 및 방과 후 과정으로 열리고 있고 3000여명의 학생이 이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앞서 언급한 부산컴퓨터과학고등학교 학생들도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학생들이라 더욱 감회가 새롭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고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누구나 차별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보편화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비(非)기술인력도 기술에 대한 이해를 넓힐 때 비로소 산업과 사회의 동반 성장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미래 시대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전 세계 국가의 주요 어젠다이기도 하다.
부산컴퓨터과학고의 사례처럼 인공지능은 일상에 스며들어 실생활을 돕는 기술이면서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전 인류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미래 세대가 인공지능 기술을 학습 대상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