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무역 100% 배상·손실 미확정에도 배상 등 초유 조치
판매사 중징계· 펀드 쪼개기 금지 등 사후약방문
뒷북 제재·책임 전가 급급…제도 근본개선 나서야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 이후 환매연기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간의 사모펀드 환매연기 건수 361건이 모두 2018년 이후 발생해 감독당국의 섣부른 규제 완화가 최근 사태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감독당국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라임 무역펀드 100% 배상, 손실 미확정시에도 추정손실 근거해 배상 등 초유의 대책을 쏟아내고, 판매 증권·은행에 대한 중징계, 펀드 쪼개기 금지 등 책임전가 및 사후약방문식의 조치를 취하면서 뒷북제재, 책임전가에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 사모펀드 환매 연기 건수는 모두 361건이었다.
환매 연기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는 단 1건도 없었고, 모두 2018년 이후 발생했다.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부른 라임자산운용과 알펜루트자산운용 등의 펀드도 모두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 이후 조성됐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15년 사모펀드 투자 하한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운용사 설립을 인가에서 등록제로 바꿨다. 펀드 설립을 사전 등록에서 사후 보고로 간소화하는 등 자산운용사의 각종 의무를 축소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시장은 2015년 200조4307억원에서 올해 10월 현재 428조6693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지만,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지면서 부실 사모펀드의 싹을 키웠다.
금감원이 최근 사모펀드 51개 운용사를 조사한 결과 8월 말 기준 환매 중단 펀드의 규모는 6조589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앞으로 환매 중단 가능성이 있는 펀드 규모는 7263억원으로 추산됐다.
환매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사후약방문식인데다 업계의 내부통제만 강조하는 등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7월 2018년 11월 이후 판매한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금 100%를 투자자들에게 반환하라고 판매사들에 권고했다. 전례가 없는 초유의 조치다.
또 최근 금융당국은 손해가 확정되지 않은 사모펀드에 대해서도 사후정산 방식에 의한 분쟁조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역시 초유의 조치다.
사태가 커지고,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자, 잇달아 전례 없는 조치를 내놓고 있다는 평가다.
금감원은 라임 펀드 판매 증권사와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오는 29일 제재심의원회를 앞두고 중징계 안을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판매사들이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 등을 주된 제재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막상 자신들의 관리감독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는 불만이 금융계에서 나온다.
금융당국은 자금 규모를 달리 하거나 투자 일정 변경, 수익률 변경 등으로 일명 ‘펀드 쪼개기’를 통해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 행위에 대해서도 뒤늦게 기준을 마련하고 징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사사례 재발을 막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며 “부실부적격 운용사의 적시 퇴출이 이뤄지도록 하고, 적격일반투자자 요건을 재검토해 투자위험을 감수할 수 없는 투자자들의 사모펀드 투자를 제한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시급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