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분기말 ‘화웨이 특수’ 가격하락 상쇄

TV·가전 펜트업 수요 폭발 1.3조 안팎 역대 최대

4분기는 미중분쟁·반도체 수요감소 등 ‘안갯속’

삼성전자가 8일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올 3분기 영업이익 1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 10ㅈ 조2000억원을 크게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다. [연합]
삼성전자가 8일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올 3분기 영업이익 1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 10ㅈ 조2000억원을 크게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다. [연합]

[헤럴드경제 천예선 기자] 삼성전자가 8일 발표한 올 3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 12조3000억원의 깜짝 실적을 거둔 것은 부품과 완제품 사업이 고르게 실적을 견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컸던 상반기에 반도체가 실적을 이끌었다면, 3분기는 스마트폰을 책임지는 IT·모바일(IM)과 TV·생활가전을 담당하는 소비자가전(CE)이 약진하면서 호실적의 일등공신이 됐다. 삼성전자의 강점인 ‘부품과 완제품’ 황금 포트폴리오가 다시 한번 힘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4분기는 주력인 반도체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영업이익이 10조원 안팎으로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스마트폰 전략제품도 3분기에 모두 출시된데다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 등 외부 악재가 현재 진행형이어서 불확실성이 짙기 때문이다.

▶모바일·가전 ‘양날개’…부품-완제품 고루 선전=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2조원을 돌파한 것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 시기였던 2018년 3분기(17조5000억원) 이후 8분기 만에 처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도 직전 분기(8조1500억원)와 전년 동기(7조7800억원) 실적을 모두 넘어섰다.

삼성전자가 아직 사업부문별 실적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영업이익이 6조원 안팎, IM부문 4조2000억~4조7000억원, CE부문 1조3000억원 수준을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호실적의 주역은 IM과 CE사업부였다. 2분기까지 코로나19에 따른 락다운(이동제한) 등으로 억눌려있던 펜트업 수요가 급증하면서 스마트폰과 프리미엄급 TV, 생활가전의 글로벌 수요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는 전분기(2조원) 대비 두배 이상의 실적을 올리며 실적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CE부문은 1조3000억원 안팎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유럽 등지의 펜트업 수요가 강하게 살아나며 QLED 등 프리미엄 TV와 가전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영업이익률 역시 7%대에서 10%대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언택트(비대면) 효과로 온라인 판매 비중이 확대된 반면 마케팅 비용은 감소된 데 따른 것이다.

반도체 부문은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인 5조8000억원 수준을 지탱한 것으로 분석된다. D램 등 반도체 가격이 3개월 연속 하락 혹은 보합세를 보였지만, 지난 9월 초 미국 정부의 제재를 앞둔 화웨이가 반도체 주문량을 늘려 재고 비축에 나선데다 비메모리에서 엔비디아와 퀄컴의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것이 반도체 가격하락을 상쇄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메모리 판가 하락이 진행 중인 가운데 화웨이 수출제한 영향으 로 모바일 주문이 크게 증가하며 D램과 낸드 출하량이 예상을 상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디스플레이 부문은 핵심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 출시 지연과 화웨이 제재 영향으로 3000억원 안팎의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 특수’ 끝난 4분기 불확실성 상존=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주력사업인 반도체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가장 우려가 큰 부분은 반도체다. 키움증권은 D램과 낸드 가격 하락이 지속돼 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이 3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역시 4분기 서버 D램 가격이 전분기 대비 최대 18%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대형 고객사가 사라지면서 화웨이를 대신할 다른 스마트폰 생산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지 않으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제품 사업도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모바일은 애플의 아이폰12 등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가전은 4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못한 9000억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TV와 가전은 4분기가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시즌으로 전통적인 성수기이지만 지난 3분기 ‘펜트업’ 수요에 따른 역기저 효과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가격 상승 영향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3분기 세트(완제품)와 부품이 고루 선전했지만 4분기는 D램과 낸드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마케팅 비용도 더 쓸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 실적은 10조7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