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증시부진 여파 금융사 저수익 구조 장기화 대규모 감원카드 다시 꺼내 2008년대비 7,600여명 감소

최근 몇년간 지속된 경기 침체의 여파로 국내 금융사들의 인력 규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줄어들었다. 저금리 장기화와 실적부진 등으로 위축된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사들이 우선적으로 인력 감원부터 단행해왔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과 증권사들은 연초부터 인력을 줄이고 연말에는 희망퇴직 형식으로 구조조정을 지속해 왔다. 이처럼 조용히 엄습하고 있는 국내 금융업의 불경기가 떠들썩했던 6년 전의 위기보다 무섭다는 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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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감독원의 ‘금융기관의 연도별 인력현황’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국내 은행(특수은행 포함)의 임ㆍ직원수는 13만3726명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충격이 시작된 2008년 말(13만9840명)보다 6114명이 줄어든 규모다.

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충분한 인력을 줄였다고 판단하는 듯했으나 저수익 구조가 장기화되자 작년부터 다시 대규모 감원카드를 꺼내들었다.

은행인력 감소는 영업점포 축소와도 맞물려 있다. 은행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실적이 저조하거나 부실한 지점을 정리함에 따라 필요 인력도 자연스레 줄어드는 것이다. 또 최근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인터넷 뱅킹이 활성화되면서 창구 직원의 필요도가 예전보다 둔화된 영향도 있다.

연봉도 제자리걸음 수준이라 은행원들의 호(好)시절은 다 갔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외환ㆍ기업 등 6개 은행의 직원들이 올 상반기 받은 평균 급여는 3849만원이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8000만원 정도인데 작년 같은 기간과 큰 차이가 없다. 시중은행의 임원 연봉도 대폭 삭감되는 추세다.

몇년째 이어진 증시 부진으로 여의도 증권가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다. 증권사 임ㆍ직원수는 올 상반기 말 현재 3만6936명으로 2008년말에 비해 1562명이 나 줄었다. 증권사 인력은 2011년말에 4만2000명대까지 늘어 고점을 찍었지만 이후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져 다시 3만명대로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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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은 정규직을 줄이는 대신 계약직을 늘리고 있다. 증권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국내 20대 증권사의 정규직 수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739명(2만8551명→2만4812명) 줄었다. 퇴직한 직원들이 성과에 따른 보수가 높은 비정규 영업직원 등으로 다시 들어오면서 계약직 수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계약직은 4844명에서 4991명으로 147명 늘었다.

보험인력은 2008년말과 비교해 5225명(5만6593명→6만1818명) 늘었는데, 인력 한파로 퇴직한 은행 인력이 대거 보험 쪽으로 유입된 요인이 크다.

서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