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 3법에 ‘산업별 규제’
경영활동 전반에 큰 위협
지속된 개선 건의 안 통해
배터리·정유·반도체 등
국정감사 주요 쟁점 전망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통합감독법 등 이른바 ‘기업규제 3법’에 배터리, 반도체, 조선, 정유 등 주요 제조업들의 경영을 수십년 동안 제한하고 있는 산업별 규제로 재계 전반의 경영 활동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업계는 올해 초부터 이들 규제 개선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지만 하반기 들어서도 이렇다 할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기업규제 3법을 포함해 산업별 규제에 대한 논의는 7일부터 진행될 국정감사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3면
5일 산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반도체, 정유업계 등 산업별 개별 규제에 대한 재계의 대정부 건의는 대부분 수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때 급성장하다 지난 2월 정부의 안전대책으로 급브레이크가 걸려 고사상태에 처한 ESS(에너지저장장치) 업계는 4월 정부 규제에 따른 보완책을 건의했지만 반년째 지지부진하다. 그사이 ESS 생태계 육성 통합 협의회는 업계간담회와 손실보전위원회, 국회토론회 등 11차례에 걸친 전방위 설득 작업을 벌여왔지만 끝내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5조원이 넘는 손실을 보며 위기에 봉착한 정유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근본적인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판단하에, 석유제품 생산을 위해 원료로 쓰이는 중유에 대해선 개별소비세 부과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연합(EU) 등 주요 66개국 가운데 석유제품 생산을 위한 원료로 쓰이는 중유에 대해 과세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정유업계는 또 1983년 첫 도입 이후 40년 가까이 지속되는 현행 원유 관세 제도의 개선을 정부에 건의해 왔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고 있다. 전 세계에서 원유 수입 시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칠레 뿐이며, 비산유국 가운데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정부는 이에 대해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굴지의 대표산업에 속한 반도체 장비업계는 특허청이 법제화를 추진 중인 ‘K-디스커버리’ 제도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 이 제도는 특허소송 재판 시작에 앞서 당사자 양측이 서로 가진 증거와 정보 등을 공개하는 제도다. 특허 소송 시 증거자료 확보 측면에서 특허권리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의 특허권자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글로벌 기업이 K디스커버리 제도를 이용해 우리 기업에 특허침해 관련 이의를 제기하면 국내 소부장 산업의 국산화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우려했다.
최근 매출 감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LPG충전소 업계는 수년째 셀프충전 허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현행법상 주유소의 경우 소비자가 직접 주유할 수 있는 반면 LPG 충전소는 법률상 아예 막혀 있다. LPG업계는 경영난으로 휴·폐업하는 충전소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비용 절감을 위해 주유소처럼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 7월까지 휴폐업한 LPG 충전소는 31개소, 작년 한해에는 70개소가 사라졌다.
또 태양광발전업계는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해 이격거리 기준을 설정해 운영하지 않는다’는 2017년의 정부 가이드라인에도 역으로 강화되고 있는 도로이격거리 설치 규제의 완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들어 226개 기초지자체를 전수조사에서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도입한 곳은 총 123곳에 달한다. 이는 결국 산림훼손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결국 기업인데, 규제와 처벌이 강화되면 결국 기업은 외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창출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이 크게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