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년7개월의 수사·2개월 장고 끝

수사심의위원회 권고 뒤집고 기소 강행

삼성 변호인단 “수사팀 일방적 주장 불과”

檢-이 부회장,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두고

1996년 에버랜드 CB 사건 이래 25년 악연

“삼성 경영 중대 차질” vs “법 앞 예외 없다”

엇갈린 여론…팟캐스트 '성시경 쇼' 집중 분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기획취재팀]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오랜 장고(長考) 끝에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여론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불법을 저질렀다면 누구든 예외없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게 당연하다"며 검찰의 결정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재용과 삼성을 그만 좀 괴롭혀라"며 현 정부의 '삼성 죽이기', '무리한 기소'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이 만드는 팟캐스트 '성시경 쇼'는 최근 공개한 6회 방송에서 검찰의 기소 내용과 삼성 측 반박을 면밀하게 살펴봤습니다.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뒤집고 기소를 강행한 점,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과 우리 정부 사이의 투자자-국가간 소송(ISD) 영향과 국부 유출 우려,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삼성 경영에 미칠 영향 등의 문제도 두루 평가하고 짚어봤습니다. 방송에서 다룬 내용을 기자수첩 형태의 텍스트 기사로 소개합니다.

▶檢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조직적 불법행위" = 검찰의 기소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먼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흡수합병 과정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이 있었다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두 회사가 합병하기 전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갖고 있지 않았는데요. 이 부회장이 주식을 가진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반대로 삼성물산의 가치가 낮게 평가받는다면 두 회사 합병 시 이 부회장의 보유 지분이 높아지게 되는 구조였죠.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은 당시 주가에 따라 1대 0.35로 정해졌습니다.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3주 가량이 비슷한 가치를 지니게 된 셈이죠. 삼성물산 주주들은 자산·매출이 제일모직의 3∼4배에 이르는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반발합니다. 당시 엘리엇을 포함한 삼성물산 주주들이 합병 비율에 문제를 제기한 이유입니다.

검찰은 삼성 측이 합병비율(1대 0.35)이 적정하다는 회계법인 보고서를 조작하는 등 실제 합병 목적, 합병비율‧합병시점의 적정성, 주주 이익 보호 등은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고 형식적으로 합병 찬성을 의결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다른 투자자들의 이익은 신경쓰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검찰이 문제삼고 있는 또 다른 큰 축은 삼성바이로직스(삼바)의 회계처리 기준 변경입니다. 삼바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을 바꾸면서 4조5000억원 규모의 고의적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건데요. 이 역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불공정 합병 논란을 피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뒤집은 것에 대해서는 "법률‧금융‧경제‧회계 등 외부 전문가들의 비판적 견해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수사내용과 법리, 사건처리방향 등을 전면 재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학계와 판례의 다수 입장, 증거 관계로 입증되는 실체의 명확성, 사안의 중대성과 가벌성, 사법적 판단을 통한 국민적 의혹 해소 필요성, 수사전문가로 구성된 부장검사 회의 검토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심위 권고를 뒤집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수심위 권고를 뒤집는 부담을 감수할 만큼 혐의 입증에 자신있다"는 말로도 읽힙니다. 하지만 수심위 자체가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한다'는 취지 아래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으로 도입한 제도임을 감안하면 "이럴 거면 수심위를 폐지하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연합]
[연합]

▶삼성 변호인단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일뿐 결코 사실 아니다" = 삼성 측 변호인단은 주요 혐의 사실에 대한 검찰의 판단을 '일방적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합니다. 입장문 첫 마디부터 "이 사건 공소사실인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업무상 배임죄는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일뿐 결코 사실이 아니다"로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효과 달성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고, 합병 과정에서의 모든 절차도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항변합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열렸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엘리엇 등이 제기한 여러 건의 관련 사건에서의 법원 판결 등을 통해 그렇게 적법하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합병비율 조작이 없고 법령에 따라 시장 주가에 의해 비율이 정해진 기업 간 정상적인 합병을 범죄시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변호인단 입장입니다.

삼바 분식회계 혐의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회계처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이 그간 수차례 번복됐을뿐 아니라, 법원도 증권선물위원회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과 분식회계 혐의 영장 심사에서 "회계기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입니다.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 권고를 뒤집은 부분도 강하게 꼬집습니다. 전문가를 포함한 일반 국민들로 구성된 수심위가 양측의 주장과 증거를 면밀하게 살펴본 뒤 '10대3'이란 압도적 차이로 "수사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는데 이를 무시했다는 겁니다.

특히 검찰이 이전까지 수심위 권고(8건)를 모두 존중해왔는데 유독 이 사건만 기소를 강행했다면서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기보다는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재용 기소를 목표로 정해 놓고 수사를 진행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변호인단 입장문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이 무리에 무리를 거듭해왔다", "납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안타깝기까지 하다" 등의 강한 표현이 눈에 띕니다. 삼성 변호인단은 김앤장과 검찰 출신, 법관 출신의 전관 변호사 등 20명 규모인데, 검찰의 기소 결정 이후 전관 변호인들은 대거 사임계를 제출했습니다.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한 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한 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

▶이재용 부회장 '사법 리스크' 수 년 더 이어질듯…삼성 경영 영향은 = 이번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에 배당됐습니다만 이곳에서 이 전쟁이 끝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수사기록만 총 437권, 21만4000쪽에 달할 만큼 복잡한 사건이고 양측이 첨예하게 다투고 있는 만큼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이는 앞으로 최소 수 년 동안은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지속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삼성그룹 경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요.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재판의 결과와는 별개로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문제인데요.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이재용 없는 삼성', '삼성그룹 경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물론 검찰은 이 권고를 뒤집었지만요.

'삼성의 위기'를 걱정하는 쪽에서는 삼성이 초유의 복합 위기를 맞았다고 우려합니다. 미중(美中) 갈등 심화는 물론 △한일 외교갈등 △중국 IT 기업의 급부상 △치열한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선점 경쟁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주력 사업의 실적 감소에 사법 리스크까지 겹쳤기 때문입니다.

재계에서는 월급쟁이 CEO가 아닌 오너 경영자의 결단이 필요한 '180조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방안' 등과 같은 초대형 사업 구상은 당분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삼성 안팎에선 검찰의 기소로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 일정에도 제약이 불가피할뿐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킹'을 위한 행보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이 부회장은 이미 특검 수사와 재판으로 인해 자동차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사(엑소르) 사외이사직을 사퇴했고, 중국 보아오포럼 상임이사직 임기 연장을 포기했으며,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 등 글로벌 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삼성의 국내 바이오 산업과 해외 건설 프로젝트 역시 큰 타격이 우려된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물론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글로벌 대기업인 만큼 총수 1명의 사법 리스크에 그룹 전체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1년간 부재했던 상황에서도 '옥중 경영'으로 삼성을 이끌어오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특히 검찰의 기소 결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삼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사법 정의 실현'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짙습니다. 설령 우리 경제가 휘청인다 하더라도 '법 위에 있는 사람, 법 위 에 선 기업'을 만들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강행했다는 엄청난 비판과 후폭풍이 몰아칠 것은 자명합니다. 지난 1996년 이 부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부터 시작된 25년에 걸친 검찰과 삼성의 '악연',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둘러싼 이 드라마의 최종 결말이 어떻게 될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시간입니다.

[기획취재팀=배두헌·김성우·김지헌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팟캐스트 '성시경 쇼' [일러스트·그래픽=이주섭 디자이너/jusoeba@heraldcorp.com]
팟캐스트 '성시경 쇼' [일러스트·그래픽=이주섭 디자이너/jusoeba@heraldcorp.com]

※'성시경 쇼'는? =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 3명의 젊은 기자들이 모여 만드는 시사경제 팟캐스트. '성공에는 별 도움 안되는 시사경제 토크쇼'의 준말이다. 주요 경제 뉴스를 딱딱하지 않게 소개하고 재미있게 분석하는 게 목표다.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과 오리지널 ES 계약을 맺고 방송을 송출한다. 팟빵에서 '성시경 쇼'를 검색하면 각 에피소드를 찾아 청취할 수 있다.

▷성시경 쇼 6회 방송 〈검찰, 이재용 끝내 기소...삼성과의 25년 악연 결말은〉을 듣고 싶다면?

방송 링크 → (http://www.podbbang.com/ch/1777067)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