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 첫날
프랜차이즈 카페와 마트 등 손님 줄어
제과점과 개인카페는 ‘카공족’으로 붐벼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지난 주말 서울 시내의 모습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30일을 기점으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방역 수칙을 적용받는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엔 적막감만 흘렀다. 반면 개인 커피전문점과 제과점 등 영업방식은 유사하지만 방역 규정으로부터 자유로운 매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 주말이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차던 이 매장은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의자와 테이블이 한쪽 구석으로 치워졌고, 좌석 이용 통제선이 매장 전체를 감싸듯 설치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프렌차이즈형 커피전문점 이용이 전면 금지되면서 하루아침에 풍경이 바뀐 것이다.
그나마 가능한 포장 주문도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스타벅스 직원은 출입문 앞에 대기하며 손님이 올 때마다 체온을 재고, QR코드를 안내하는 등 매장 출입 명부를 관리했다. 이 직원은 “정부 조치로 오늘부터 매장 안에서 커피를 마실 수 없고 테이크 아웃(포장판매)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5가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매장 입구에 ‘테이크 아웃(포장 판매)만 가능합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붙어 있었다. 음료 포장을 위해 매장을 찾은 한 고객은 “잠깐 화장실만 이용해도 되냐”고 점원에게 물었지만 직원은 “화장실 이용도 어렵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직원 이모(20) 씨는 “매장이 종묘 공원, 광장시장 인근에 위치해 있어 손님들의 나이대가 높은 편”이라며 “오늘 매장 문을 연 이후 7∼8명의 손님이 방문했다가 좌석 이용이 안 되는 것을 알고 그냥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걸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적막하기는 대형마트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월드컵점은 평소보다 확연하게 고객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박모(42) 씨는 “코로나19의 깜깜이 지역 감염이 늘어난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도 강화되니 다들 나와서 쇼핑하는 것을 꺼리는 듯한 분위기”라며 “온라인몰에서 예약 배송만 제때 됐으면 나도 매장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근 제과점은 코로나19 상황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성업 중이었다. 파리바게뜨나 던킨도너츠 등은 카페형으로 운영되지만 제과점으로 등록돼 있어 이번 영업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10여명의 고객으로 북적였다. 대다수 고객은 음식을 먹기 위해 마스크를 벗은 상태였다.
동아리원 5명과 함께 스터디하러 왔다는 대학생 김모(20) 씨는 “평소엔 스터디 카페에 모여 같이 공부했는데, 오늘부터 좌석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들었다”며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찾던 중 제과점은 계속 이용할 수 있다고 하길래 이곳으로 왔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프랜차이즈 와플 전문점에도 카페에서 공부하는 이른바 ‘카공족’이 몰렸다. 음료 한 잔을 시켜놓고 책이나 노트북을 편 채로 공부하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이날 자격증 공부를 하던 대학생 박모(25) 씨는 “자주 가던 집 앞 프랜차이즈 카페가 오늘부터 착석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집에서 조금 먼 곳까지 왔다”고 말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도 정부의 방역 수칙을 적용받지 않아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했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 근처에 위치한 한 개인 카페는 이른 오전부터 업무를 보는 고객들로 가득했다. 이 손님은 “잠깐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우연히 이 카페를 발견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