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

지난 13일 발표된 올해 노벨경제학자 수상자인 장 티롤이나 ‘21세기 자본’이라는 저서로 학계의 ‘록스타’가 된 토마 피케티를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최근 경제학을 위시한 사회과학의 모든 논의와 의제는 ‘자본주의의 운명’에 맞춰져 있다. 최근에도 자본주의의 분석과 전망에 관한 흥미로운 번역서 3종이 출간됐다.

먼저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로 유명한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새 책 ‘한계비용제로사회’다. 그의 새로운 전망은 한 마디로 ‘사물인터넷이 자본주의를 이긴다’로 요약할 수 있다. 1대99의 ‘양극화’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의 묵시록에 더 익숙한 이들에겐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지라도 제러미 레프킨은 사물인터넷의 혁명이 자본주의를 이기고 ‘협력적 공유사회’의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제시했다고 주장한다. 일종의 기술결정론이자 미래사회에 대한 희망과 복음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자본주의의 발달과 기업간 경쟁, 기술혁신의 격화로 극단적으로 높아진 생산성이 제품 1개당 추가되는 한계비용이나 자본의 이윤을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토마 피케티는 자본의 이윤율이 필연적으로 저하한다는 이론에 대해 이미 ‘21세기 자본’에서 역사적 통계를 통해 반박했으며, ‘협력적 공유사회’라고 부르든 ‘사회적 국가’라고 부르든 ‘글로벌 자본세’같은 권력에 의한 자본의 규제가 중요하다고 봤다.

대신 토마 피케티가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고 꼽은 것은 ‘제 2의 기계시대’다. 정보경제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MIT 디지털비즈니스센터의 에릭 브린욜프슨, 앤드루 맥아피 교수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에서 증기기관이 제1의 기계 시대를 열었다면, 디지털 기술이 제2의 기계 시대를 열고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는 단순 반복적인 일은 컴퓨터가 대신하고 인간은 창의성과 감수성이 요구되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제 2의 기계 시대는 기술과 자본에서 우월한 재능 있는 소수에게 부가 몰리는 반면 나머지 다수와의 소득 격차는 유례없이 커지는 상황을 가져왔다. 제러미 리프킨이 기술결정론에 의한 낙관주의로서 ‘협력적 공유사회’를 역설하고 있다면, ‘제 2의 기계시대’ 저자들은 기술혁명이 오히려 불평등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인류는 기계와의 공생에서 새로운 실존적 결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두 저작과는 달리 ‘석기시대 경제학’은 기술결정론 자체를 거부한다. 1972년에 첫 출간된 경제인류학의 고전인 이 책에서 저자 마셜 살린스는 신석기 혁명이 풍요를 가져왔으며, 구석기 시대는 생존을 위한 사냥과 채집으로 빈곤하고 불행했다는 발전론이나 신고전학파의 합리적 선택론을 모두 부정한다. 원시적인 삶을 유지하는 전세계 원주민들의 삶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저자는 구석기인들이 하루 2000칼로리 이상의 충분한 먹을 거리를 얻고도 하루 평균 2~3시간 정도의 노동밖에는 하지 않았으며, 상호 방문과 접대, 가무의 여가생활을 즐겼다는 주장을 펼친다. 신석기혁명과 산업혁명 등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삶을 낙후시켰다는 것이며 빈곤은 문명의 발명품이라는 것이다. 인류학으로 복원한 석기시대 경제학을 통해 이른 현대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인 셈이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