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쏘렌토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면 디젤이라는 편견은 오랜 시간 한국을 지배해왔다. 그래서 다소 시끄럽고 털털거리는 진동이 느껴져도 실용적이니까 참고 탄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국내 최초 중형 하이브리드 SUV,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이런 편견에 반기를 들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화려한 등장과 출고 중단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사전계약 하루만에 연비 인증 문제로 계약이 중단됐기 때문. 엔진 배기량 1600㏄ 기준 친환경차 세제혜택 기준인 복합연비 15.8㎞/ℓ에 단 0.5㎞/ℓ가 모자랐다.

기아차는 5개월 만에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고객 앞에 다시 내놨다. 기본 트림의 휠 크기를 바꾸거나 변속 로직을 변경해 어떻게든 연비 기준을 충족할 거란 세간의 예측과는 달리 출시 당시 사양 그대로 내놨다. 143만원의 세제혜택을 포기한 대신 가격 조정을 통해 가격 상승폭을 최소화했다.

세제혜택을 노려 어줍잖게 차량에 손을 대느니 쏘렌토 하이브리드 본연의 상품성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낫다고 본 기아차의 ‘정면 돌파’다.

기아차가 자신한 상품성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에서 양평 중미산 와인딩 코스를 거쳐 용문사 관광지까지 돌아보는 시승에 나섰다.

사실 출시 5개월만에야 만날 수 있었던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내외장 디자인은 디젤 모델과 대동소이하다 외관 디자인 중 차이점이라면 후면부의 하이브리드 전용 뱃지의 유무 정도다.

물론 직선과 볼륨감이 조화된 신형 쏘렌토의 디자인 자체는 여전히 훌륭하다. 특히 헤드라이트와 일체화된 타이거마스크 형태의 라디에이터그릴은 상단으로 갈수록 각을 세워 보다 공격적으로 보인다. 다만 디젤 모델에서 이미 한번 경험해 봤기 때문에 새로운 자극은 되지 않았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매력은 승차감에서 나온다. 디젤 모델이 적당한 부드러움을 갖췄다면 하이브리드 모델의 승차감은 ‘매끄러움 그 자체’다. 하체가 단단하게 조여져 어떤 노면에서도 상하 움직임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모노레일을 타고 있는 느낌이다.

하체가 단단한 차량의 경우 댐핑 스트로크가 짧아 노면의 잔진동이나 과속 방지턱의 충격을 승객에 고스란히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이 런 충격은 충분히 완화하고 다듬어 전한다.

전기모터로만 구동되는 EV모드와 엔진이 함께 개입할 때 주행질감의 차이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하이브리드스타트모터제너레이터(HSG)를 통해 모터 구동과 엔진 구동을 제어하는 하드타입 병렬식 하이브리드의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보였다. 더불어 회생제동 시 ‘위잉’ 하며 들리는 발전기 소리도 최소화 했다.

에코 모드와 스포츠모드 간 주행 질감 차이도 컸다. 스포츠모드를 선택하면 상대적으로 적극적으로 기어 단수를 낮춰 엔진 회전 수를 높여 가속감이 극대화 됐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주행모드가 바뀌더라도 계기판에서 엔진회전 수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은 의아했다. 스포츠모드를 활용하는 운전자라면 운전 효율성보다 엔진 회전 수를 확인하며 스스로 변속을 하고 싶은 경우가 많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패들시프트로 수동 운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 크다.

연비 효율을 중시하면서도 더 나은 가속감을 느끼고 싶은 운전자라면 스포츠 모드보다 스마트 모드를 권한다. 스포츠 모드는 엔진 위주로 가속력을 발휘하지만 스마트모드는 여기에 약 최대 토크 26.9㎏·m의 구동모터의 비중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1.6ℓ 가솔린 터보 스마트스트림 엔진이 얼마나 높은 효율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1.8t에 육박하는 공차중량은 부담일 것으로 보였다.

결과는 예상보다 좋았다. 양평 두물머리 인근에서부터 서울 보라매 공원까지 측정한 트립 연비는 중형 SUV로서는 최고 수준인 18㎞/ℓ에 달했다. 공인 연비 15.3㎞/ℓ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물론 시내 운행 비중이 적은 것은 감안해야 한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통해 한층 성숙된 기아차의 전동화 기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년부터 나올 전기차 전용 모델에도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