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금융위 정책·감독 나눠야”
금융위 해체·새 감독기구 설립 등
독립성·전문성 확보 필요 주장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의 감독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진교 정의당 의원의 공동주최로 열린 ‘사모펀드 환매중단사태로 본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금융위원회가 갖고 있는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독립적인 감독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금융위원회가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 기능을 모두 갖고 있어 견제장치가 없고, 정부가 두 기능을 모두 수행해 관치금융이 심화됐다”며 “또,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의 지도 감독을 받도록 돼 있어 견제할 수 없는 체제로, 사모펀드 규제 완화 정책 추진 시에도 견제 기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와 금감원의 수직적이고 이원적인 금융감독기구 체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체제”라며 “대부분의 중요한 감독 사항은 금융업 감독규정에 규정돼 있으나, 감독규정 제개정권은 금융위가 갖고 있어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규정에 반영해 검사 업무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2018년 삼성증권 배당 사고 당시 금감원에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 TF’가 만들어져 개선 방안을 제시했으나 금융위의 협조 부재로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뤄지지 않은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이같은 현 체계를 대폭 수정해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독립된 금융감독기구로 이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금융감독기구를 금융기관 인허가와 건전성 감독을 위한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기관 영업행위 규제 및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시장감독원’으로 분리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 뼈대이다.
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더라도 감독에 관한 사항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많이 규정돼 있어 감독기구가 실질적인 금융감독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금융업 감독규정’에 바로 위임하는 법적 체계가 필요하다.
고 교수는 기획재정부, 금융건전성감독원, 금융시장감독원,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의 수장으로 구성되는 ‘금융안정협의회’를 통해 거시건전성 정책 등 금융안정 업무를 수행하고, 금융감독기구에서 분리된 별도의 독립된 금융분쟁조정기구인 ‘금융분쟁조정중재원’을 설립해 조정 전치주의를 도입하고 조정안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전상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2003년 신용카드 위기, 2011년 저축은행 위기, 2018년 인터넷전문은행 위기에 이어 올해 사모펀드 위기까지 “정치권과 업계의 규제완화 요구와 금융위에의 로비를 통해 국회 법안 발의라는 유사한 과정을 답습해 왔다”고 지적하고 “사모펀드는 거대 전문투자자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투자대상과 계약구조를 정할 뿐 특정 산업정책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금융을 벤처산업 활성화와 부동산 투기 진정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추진하는데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금융위를 해체하고 금융감독의 자율성 확보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 감독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