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각종 물가지표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분기까지만 해도 실물경기 충격과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경기침체를 동반한 물가하락)을 우려했지만, 3분기 접어들면서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통화가치 하락을 동반한 인플레이션 발생 우려감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102.52(2015년=100)로, 한 달 전보다 0.5% 상승했다. 2∼4월 연속 내리다가 5월에 보합세를 보인 뒤 상승 전환했다.

국내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수입물가도 지난달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5월보다 2.5% 상승하며 2개월 연속 올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로 전월(-0.3%)에 비해 0.3%포인트 상승했다.

시중 통화량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악화로 기업과 가계 등이 대출을 통해 자금을 대거 확보하면서 역대 최대로 늘어난 상태다. 한은에 따르면 5월 현재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053조9000억원으로, 4월보다 35조4000억원(1.2%) 늘었다. 5월 증가액은 198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 4월의 기록(34조원)을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한은은 지난 16일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수요측 물가압력이 약한 가운데 국제유가도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면서 당분간 0%대 초반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글로벌 IB(투자은행) 등은 물가가 낮게 유지될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지만, 물가 관련 가격지표들은 향후 인플레이션 기대를 회복할 수 있는 쪽으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수요(상용차판매, 기계수주) 개선과 신용확대로 내년 초에는 현재의 디플레이션 국면을 벗어날 전망”이라며 “내년 초에는 화폐유통속도와 물가상승률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서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