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사회부장]“우린 불가능한 것을 바라봐선 안되는 거예요. 우리를 이 세상에서 결합시키는 게 만약 하느님의 뜻이었다면 왜 하느님은 저에게 이러한 고통을 내어 무력한 어린아이보다 더 무력한 삶을 살도록 하셨겠어요? 우리가 운명이니 사정이니 환경이니 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신의 섭리에 의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돼요. 거기에 거역한다는 것은 바로 하느님에 대해 거역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이 지상에서 하늘에 있는 별들처럼 운행하는 거예요. 하느님은 별들이 서로 만나게 될 궤도를 미리 정해놓으셨기 때문에 만약 그들이 서로 헤어져야 한다면 그들은 반드시 헤어져야 해요. 그 뜻에 저항한다는 것은 헛된 일이 되거나 이 세상의 질서를 파괴시키는 일이지요.”(‘독일인의 사랑’ 중 마리아의 말)
어렸을때 읽은 ‘독일인의 사랑’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달달 외웠을 정도다.
공작(성주)의 딸인 마리아와 사랑에 빠진 일반인 젊은 청년. 청년의 순수한 사랑 고백에 마리아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는 장면이다. 소시민의 청년과 성주의 딸이라는 신분 차이로 인한 ‘사랑의 장벽’을 내세우며, 젊은 청년이 상처를 입을까봐 ‘눈물의 거부’ 몸짓을 하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나중엔 청년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이지만….
이 책의 배경은 19세기다. 살아오면서 의외로 “독일인의 사랑에 감명 받았다”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성주 딸과의 소시민의 사랑, 정열적이면서도 순수하고, 순수하면서도 처절한 정신적 사랑이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심금을 울렸을 것이다.
신분 차이를 극복한 사랑. 이 테마가 주는 흥미가 한 이유였을 것이다. 왕관조차 헌신짝처럼 버려 ‘세기의 사랑’으로 불린 윈저공과 심프슨 부인의 얘기, 다이애나비를 둘러싼 결혼과 이혼, 그리고 다시 찾아온 사랑 얘기 등 시대를 불문한 ‘과감한 사랑’ 얘기는 우리를 열광케 한다. 지금도 먹히는 드라마 주제 중 하나가 재벌가 자녀와 평범한 집안 자녀의 사랑과 그속에서의 갈등이고 보면, 사람들은 이렇듯 화려하면서도 은밀한 연애담에 시선이 꽂히는 것 같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결혼 15년만에 파경 위기를 맞았다는 소식이 화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로서 뛰어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이기에 세간의 입방아 속도는 더 빠르다. 이 사장 역시 삼성 평사원이었던 이와 결혼, ‘한국판 세기의 로맨스’ 주인공으로 불렸었다.
이에 온갖 억측이 뒤따른다. 이 회장의 병중에 이뤄진 이혼 조정신청을 향후 후계구도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이도 있고, 그간의 이들 가정사에 대한 관심과 추측이 무성하다.
기자는 4년간 삼성그룹 출입기자였다. 이 사장과 남편에 대한 온갖 루머를 귀동냥했다. 둘의 결별 배경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도 갖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남의 가정사일 뿐이다.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결혼하고 또 헤어지고 있다. 굳이 다른 해석을 붙일 이유는 없는 것이다. 다만 누군가의 사랑이 깨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재력가 자녀와 일반 시민 자녀와의 러브스토리는 계속 나올 것이다. 그리곤 또 깨질 수 있는 것이다. ‘독일인의 사랑‘ 같은 영원한 사랑은 나약한 인간으로선 꿈꿀 수 없는 영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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