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에 홍콩 자본 이탈 우려 재점화

금융시장 개방 나선 中…HSBC 딜레마 연결선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미국이 연일 홍콩 국가보안법을 공개지지한 영국계은행 HSBC와 스탠더드차터드(SC)를 공개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은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을 예고한 가운데, 홍콩에 투자금융(IB)데스크를 둔 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해외 금융회사들의 헥시트(홍콩 엑시트) 상황을 점검하며 홍콩 외 대체지역으로 IB 거점을 이동하거나 서비스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KB국민은행이 홍콩IB 데스크를 운영 중이며, 신한은행은 지난 2018년 11월 신한아주금융유한공사와 신한금융투자의 홍콩IB조직을 합쳐 독립센터를 열었다. 하나은행도 홍콩IB 자회사인 KEB 하나글로벌재무유한공사를 세우고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홍콩우리투자은행을 운영 중이다.

홍콩 이탈을 결정하는 게 쉬운 건 아니다. 당장 주요은행들 금융자산이 홍콩에 많이 남아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산업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5개 은행의 홍콩 익스포저는 4조 8417억 원으로 집계됐다. 홍콩 수출업체를 상대로 대출사업을 벌여 막대한 수익을 올려온 영국계 은행인 HSBC와 스탠더드 차터드(SC)는 사업손실을 우려해 홍콩보안법을 공개지지했다. 프랑스 대형보험사인 악사(AXA)의 홍콩지부 선임 투자매니저도 “홍콩보안법에도 홍콩은 금융허브로서의 특별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며 “홍콩을 대체할 수 있는 금융시장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악사 홍콩지부는 악사 아시아 지점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그렇다고 마냥 사업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당장 홍콩의 펀드 매니저들과 트레이더들은 싱가포르로 거점 이동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한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트레이더는 “그동안 홍콩은 규제가 적고 세금부담이 낮아 아시아에서 헤지펀드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었다”며 “하지만 보안법 자체만으로도 규제 리스크가 커진 데다 미중 갈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작아 보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엑시트(exit)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홍콩의 펀드사들이 운용 중인 자산은 910억 달러(약 109조 원)에 달한다. 홍콩의 한 트레이더는 “사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책을 내놓더라도 홍콩이 금융허브 지위를 쉽게 상실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중국 정치라는 변수가 리스크로 부상할 우려 때문에 엑시트를 고민하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 실제 일부 홍콩 자산가들은 자산을 외부로 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은행IB 관계자는 “당장 거점 이동이나 인력조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이미 홍콩 시위사태로 약 400억 달러(약 49조원)의 예금이 빠져나가고 시장불안이 계속되고 있어 다른 글로벌 대형IB 등의 동향 등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munjae@herla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