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75세 시위 참가자 마틴 구지노, 경찰에게 밀쳐져 크게 다쳐

트럼프 “경찰이 밀친 것보다 더 세게 넘어져…그는 안티파 선동가”

공화당 의원 “불꽃에 부채질 할 상황 아냐” 비판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주 버펄로에서 마틴 구지노가 인종차별 항의 시위 도중 경찰에게 밀쳐 넘어져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로이터]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주 버펄로에서 마틴 구지노가 인종차별 항의 시위 도중 경찰에게 밀쳐 넘어져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종차별 항의 시위 도중 70대 노인이 경찰에게 밀려 넘어져 크게 다친 사건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했다가 여론과 정치권으로부터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정치 기반인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저녁 뉴욕주 버펄로 시위 현장에서는 참가자인 75세의 마틴 구지노가 경찰 진압과정에서 떠밀려 넘어지는 바람에 머리를 심하게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장면은 시위 현장에 있던 현지 기자가 담은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이후 경찰의 지나친 대응을 지적하는 비판 여론이 거세진 가운데,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구지노가 넘어진 것이 ‘설정’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구지노가 경찰 통신을 살피려는 듯한 행동을 보인 뒤 경찰에 의해 밀쳐졌다면서 “내가 보니 그는 밀쳐진 것보다 더 세게 넘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구지노가 앞서 자신이 인종차별 항의 시위의 배후로 지목한 극좌집단 ‘안티파’의 선동가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뉴욕타임스(NYT)는 구지노 지인들의 증언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가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마틴은 매우 온순하고 유쾌한 사람”이라는 이웃 주민의 증언을 전하면서 “안티파 활동가들은 시위 때 닌자 옷이나 마스크 차림으로 폭력적 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면서 “구지노가 안티파라는 주장은 지인들에게 터무니 없는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 역시 “미국이 경찰의 잔인성과 인종 불평등을 다루는 와중에 근거 없는 음모론을 밀어붙였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역겹다”고 밝히면서 “아무런 증거도 없고, 전적으로 헐뜯기”라고 비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75세 노인 희생자를 비난하며 음모론을 꺼낸 것은 망신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의원들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구지노를 다치게 한 경관들이 2급 폭력 혐의로 기소된 것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법정 앞에 있는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은 “우리가 지금 불꽃에 부채질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고, 라마 알렉산더 상원의원은 “유권자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