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팬데믹·무역전쟁 등 난제 산적
공격경영 기조 투자·M&A 행보 나설듯
시민사회와 적극 소통 외부조언도 경청
국민기대에 맞춰 중장기 로드맵 구체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구속 결정으로 준법경영을 향한 ‘뉴삼성’ 행보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장기간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인된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삼성내 준법경영이 본격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지난달 대국민 사과에서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경영투명성을 강화할 특단의 쇄신안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총수 부재라는 최악 상황을 모면한 삼성이 향후 법률리스크 속에서도 ‘초격차’ 공격경영에 나설지 주목된다.
▶‘준법삼성’ 로드맵 구체화 주목=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구속 영장 기각을 계기로 삼성의 준법경영 의지가 더 확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총수와 경영진의 구속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 역시 대국민 사과에서 준법경영을 기조로 한 ‘뉴삼성’을 다짐했다. 노조 문제, 시민사회 소통,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불법과 편법이 없도록 하고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무노조 경영’ 종식과 함께 ‘4세 경영’ 포기를 전격 선언하는 한편,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외부의 조언을 경청하겠다고도 했다.
이후 지난 4일에는 삼성 7개 계열사가 이 부회장의 뜻을 반영해 준법경영 실천 방안을 준법감시위에 제출했다. 7개 계열사는 이사회 산하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만들고 시민사회와 소통할 커뮤니케이션 전담자도 지정하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포기를 선언한 데 발맞춰 ‘총수 없는 경영체계’ 수립이라는 중장기 실천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향후 실천 방안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난 만큼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준법경영 로드맵이 조만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내우외환’ 삼성…위기극복 정면돌파 가속=구속 위기에서 벗어난 이 부회장이 최근 보인 공격경영 기조를 유지할지도 관심사다.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에서도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히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최근 11일 간격으로 반도체 부문 약 19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여전히 엄중하지만 최근 이 부회장이 위기 타개를 위한 정면돌파 방식을 취해 왔다”며 “이 부회장이 구속 위기를 면한 만큼 자신의 강점인 선택과 집중, 글로벌 네트워크를 살려 공격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은 실제 ‘내우외환’에 처해 있다. 대내적으로는 사법리스크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고 대외적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신냉전’과 한-일 갈등 심화 등 ‘3중고(苦)’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5.2%(세계은행)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수요와 생산절벽에 직면한 상태다.
이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이 부회장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초격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해 “때를 놓치면 안된다”고 강조했으며, 최근 평택 극자외선(EUV) 파운드리와 낸드 플래시 생산라인 투자에서는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선 안된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삼성이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113조1964억원(올 1분기 기준) 확보해 실탄도 두둑한 상태다. 2016년 9조원 규모의 미국 전장·오디오업체 하만 인수 후 이렇다할 M&A 사례가 없는 삼성으로서는 미래성장사업으로 낙점한 전장부문에서 인수업체를 물색할 가능성이 크다. 차량용 반도체 전문기업인 네덜란드 NXP가 거론되는 이유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은 삼성전자 등 계열사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상당부분 해소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향후 중장기 경영전략에 초점을 맞춰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천예선 기자
